[대학생 베스트 멘토] 이화여대 임현진·서강대 이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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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진(이화여대 교육공학과 4년·사진)씨는 멘티 이주영(서울 숙명여고 3)양과의 어색했던 첫 인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문자 메시지로 수줍게 말을 건넨 임씨에게는 이양과 친해지는 것이 첫째 과제로 다가왔다. 얼굴도 모르는 멘티와 하루 일과, 공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임씨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공부에 대한 의욕이 넘치는 이양이 예뻐 보여 임씨는 더 열심히 공부 방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문자메시지로는 대화를 나누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수험생인 주영이에게 인터넷에 접속하게 하는 것은 시간을 뺏는 것만 같아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이양을 아예 학교로 초대했다. “저도 중학생 때 지금의 학교를 방문했다가 무척 마음에 들어 목표 대학으로 삼고 공부했거든요. 덕분에 목표를 이룰 수도 있었고요. 주영이에게도 그런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지난달 15일 임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이양을 만났다. 임씨는 “처음이라 쑥스럽기도 했지만 금세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직접 만나 대화를 하니 훨씬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둘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장기 계획을 세우는 법, 과목별 학습 방법 등에 대한 생각도 주고받았다. 캠퍼스를 걸으며 사진도 찍고 학교 구석구석을 구경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대학 선후배가 돼 교정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양은 임씨에게 작은 선물과 편지로 마음을 표현했다.

며칠 후 임씨는 이양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고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앞으로 언니를 무한 숭배할 게요!” 임씨가 조언해준 공부법으로 효과를 얻은 이양이 기쁨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임씨는 멘토링을 통해 자신도 깨달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주영이가 저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마웠어요. 부끄럽지 않은 멘토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멘토링을 통해 저도 좀 더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이이나(서강대 심리학과 4년·사진)씨도 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처음 멘티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씨는 멘티 김아영(경기 대평고 2)양이 보내오는 글 속에서 김양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무조건 학습법부터 이야기하면 자칫 거부감이 생길까 봐 이씨는 우선 시간 활용 방법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김양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e-메일로 받은 뒤 일일이 코멘트를 적어 답장해 줬다.

이씨는 외국어영역에 대해 특히 고민이 많았던 김양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자신의 고1~3학년 모의고사 성적표를 모두 꺼냈다. 외국어영역 점수와 등급이 보이도록 스캔한 뒤 김양에게 e-메일로 보냈다. 명확한 수치가 눈으로 보이는 성적표를 가지고 해준 이씨의 조언은 효과 만점이었다. “나도 열심히 공부 해야겠다”고 다짐한 김양은 외국어영역 성적 향상으로 보답했다.

이씨는 올 3~4월 상담전문교사로 교생실습을 다녀온 경험도 십분 발휘했다. 학생 진로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김양의 진로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준 것. 학과 선택 시 주의점에 대한 신문 기사와 김양의 관심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에 대한 인터뷰 기사 등을 스크랩해서 보내줬다.

요즘 이씨와 김양은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일찌감치 한 번 만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김양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시험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를 친언니처럼 여기고 먼저 연락도 하는 등 편하게 대해줘 고맙다”며 “얼른 만나 캠퍼스 구경도 시켜주고 얼굴을 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도 “늦은 시간에 질문을 보내도 언제나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는 언니가 있어 든든하다”며 “언니와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신 프로젝트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2주마다 ‘베스트 멘토’를 선정한다. 멘토·멘티의 피드백을 통해 우수 멘토를 선발하는 것이다. 베스트 멘토로 뽑히면 활동이 끝난 후 봉사활동 인증서와 소정의 장학금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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