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녹화기 저작권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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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디지털 시대의 첨단기기들이 미국에서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소닉블루사가 지난해 내놓은 디지털 TV녹화기(상품명 리플레이 TV)가 최근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 이 녹화기는 비싼 가격(대당 7백달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비자들에게서 큰 인기를 끌었다.

소송에 휘말린 것은 소비자들이 이 기기를 이용, TV에서 방영되는 각종 영화와 프로그램을 디지털 정보로 바꿔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할리우드 영화업계와 대형 방송사들은 이같은 행위가 1998년 제정된 '디지털시대의 저작권 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소닉블루는 이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는 제소자측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일 뿐"이라고 반박했다.진짜 속셈은 소비자들이 이 녹화기를 이용해 프로그램 중간에 수시로 끼어드는 광고를 보지 않음에 따라 야기되는 광고수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으로 음악방송을 내보내는 웹라디오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이들은 최근 법원에서 작곡가뿐 아니라 음반업체·공연·반주자들에게도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고,현재 법개정을 위해 여론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은 지난 3월 캘리포니아주 출신 의원들이 제출한 '복사방지장치 의무화 법안'에 비하면 약과다. 이 법안은 모든 HD-TV·DVD 등 각종 디지털기기에 콘텐츠의 무단 복사를 막는 장치의 부착을 의무화하고 사용도 개인용으로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체들은 행정부와 의회가 저작권 보호에 치중해 기업들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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