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잇단 신용카드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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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세계가 신용카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훔쳐 돈벌이에 이용하는 카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카드 빚을 갚지 못해 개인파산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급증하는 카드정보 빼가기=해킹으로 도난당한 신용카드 번호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옛 소련 지역의 인터넷 암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전세계 금융기관들의 손실규모가 연간 10억달러나 된다고 뉴욕 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암시장에서 카드번호를 사들인 '검은 손님'들은 이 번호로 인터넷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현금도 인출한다.

번호는 도매로 처리되는데 가격은 2백50개에 1백달러,5천개에 1천달러 수준이다. 번호 매매와 물품 구입이 워낙 번개같이 '처리'돼 카드주인은 자신이 당한다는 사실 자체를 한참 뒤에나 알게 된다.

최근엔 동유럽 출신 해커들이 미국의 전자상거래 및 은행 웹사이트를 해킹, 신용카드 번호 1백만개 이상을 훔쳐가는 일도 있었다.

대만 및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인터넷보다는 한수 아래인 '스키밍(skimming)'기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손님이 카드로 물건을 살 때 '스키머'라는 기구를 이용해 신용정보를 빼낸 다음 똑같은 카드를 복제하는 방법이다.

동남아시아 관광을 많이 하는 일본인을 상대로 한 '스키밍 범죄'는 날로 늘어 1997년 전체 카드부정사용액 가운데 6.3%였던 '스키밍 피해액'이 지난해엔 55%로 치솟았다.

◇카드 빚 살인도=미국 테네시주에서는 11일 24세 청년이 카드 빚 때문에 가족과 말다툼을 벌이다 부모와 여동생을 총을 쏘아 살해했다.

지난 3월엔 미국 위스콘신에서 도박으로 25만달러의 카드 빚을 진 남성이 아내를 살해하고 은행강도로 돌변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카드 빚 등으로 지난해 1백50만명의 개인이 파산신청을 내 이전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홍콩에서도 금융기관들의 신용카드 발급 증가와 이로 인한 과소비 등으로 지난해 개인파산자 수가 1만명을 넘어 2000년의 두배를 기록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3일 "한국이 신용카드 붐을 통해 내수확대와 경기회복을 일궈냈지만 개인 파산자 증가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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