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만에 돌아온 에이스 - 찬호 '부활' 첫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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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가 돌아왔다. 부상 기간 "많이 인내하고 준비해서 보란 듯 해내겠다"고 다짐했던 것처럼 공백의 인내는 썼지만 그 열매는 달콤했다. 41일 만에 오른 마운드에서는 '코리안 특급'의 위용이 당당했다.

박찬호가 13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시즌 첫승을 거두며 힘차게 재기했다. 홈구장인 텍사스 알링턴 볼파크에서 벌어진 이 경기에서 박찬호는 5이닝 동안 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4안타·1실점으로 호투,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첫 승리를 기록했다.

허벅지 부상 이후 투구폼을 바꾼 박찬호는 경기 시작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정면돌파를 시도, 타이거스 타자들을 제압했다.

3회까지 35개의 투구만으로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박찬호는 4회 초 무사 2루에서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흐르는 땅볼을 잡아 3루로 뛰던 주자를 잡아내는 기민한 수비를 펼치기도 했다. 타이거스 타자들은 박찬호의 다친 허벅지를 의식한 듯 기습번트를 자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잘 막아냈다.

박찬호는 2-0으로 앞선 5회초 승리를 의식한 듯 도망가는 투구를 펼쳤다. 투구수도 많아졌고 지나친 유인구 승부로 몸맞는공과 볼넷을 내준 뒤 2사 1,2루에서 대미언 잭슨에게 적시타를 허용,1점을 내줬다. 그러나 계속된 2사 1,2루에서 로버트 픽을 삼진으로 잡아 위기를 넘겼다.

레인저스는 2-1로 쫓긴 5회말 3안타를 집중시켜 2점을 추가했고,6회말 마이클 영이 다시 적시타를 터뜨려 5-1로 리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찬호가 5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 레인저스는 크리스 미할락-토드 밴포펠(8회)을 이어던지게 해 타이거스의 추격을 뿌리쳤다.5-1로 승리한 레인저스는 4연승의 상승세를 탔다.

홈팬들 앞에 처음 선 마운드에서 아메리칸리그 첫승을 올린 박찬호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양리그(아메리칸·내셔널)에서 승리를 거두는 주인공이 되면서 시즌 성적 1승1패, 방어율 6.30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오는 19일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승에 도전한다.

이태일 기자

박찬호는 바뀐 투구폼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공을 던질 때 축이 되는 오른발을 세우면서 마운드에서의 높이가 한뼘 이상 높아졌다. 오른팔의 투구 궤적도 위에서 내리꽂는 스타일로 바뀌면서 직구의 위력이 살고, 변화구의 낙차도 커졌다. 제구력도 5이닝 동안 1개의 볼넷만 내준 것으로 볼 때 향상된 것 같다.

언뜻 보기에 과거처럼 다이내믹한 투구 동작이 아니어서 위력이 줄어든 듯했으나 직구의 스피드는 연속으로 여러차례 1백50㎞ 이상을 기록했다.

과거 박찬호의 투구는 오른쪽 무릎이 심하게 접혀 평지에서 던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나 이번에는 타자의 머리 위에서 찍어 누르는 식이어서 힘이 실려 종속(終速)이 좋아졌다.

좌우 변화 위주였던 변화구도 높낮이 변화가 커지는 쪽으로 바뀌어 한결 위력적이었다. "느낌이 좋다"는 본인의 말대로 새 투구 폼은 박찬호의 '텍사스 시대'를 여는 비장의 열쇠가 될 지도 모른다.

김종문 기자

박찬호 일문일답

박찬호의 승리를 지켜본 어머니 정동순씨는 "오늘이 미국에서 '어머니 날'이라는데 찬호가 이겨서 좋은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제리 내런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도 "훌륭한 제구력을 보여줬다.찬호가 돌아와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만족해 했다. 가장 기뻐한 사람은 박찬호 본인이었다.

-시즌 첫승인데.

"매우 기쁘다.6주 만에 등판해 흥분했지만 마운드에 서자 마음이 차분해져 컨트롤도 잘 됐다."

-몸 상태는.

"아무 문제없다.5회부터 몸이 풀려 더 던지고 싶었으나 투구수 제한으로 그만뒀다."

-투구폼 수정의 효과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좋은 것 같다. 위에서 아래로 꽂는 느낌이 매우 좋다. 투수코치가 좋아졌다는데 녹화 테이프를 보고 더 분석하겠다."

알링턴=LA지사 문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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