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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뒤늦게 중국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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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상하이=허귀식 기자]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이곳에 지점을 내려고 총회 틈틈이 뛰어다녔다. 옛 국민은행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하이지점을 없애버려 중국 당국으로부터 다시 지점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金행장만이 아니다. 조흥은행은 지난 10일 상하이에서 공상(工商)은행과 포괄적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이영회 수출입은행장은 "중국 서부 지역 진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빛은행은 중국은행과 외환분야의 제휴를 추진 중이다. 전윤철 부총리도 상하이 시내 황푸(黃浦)강 주변에 늘어선 삼성·LG 등 대기업들의 전광판을 보고는 "이제 금융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고 금융기관들을 독려할 정도다.

중국 진출 열기는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 지점을 상당수 폐쇄하거나 신설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떼거리식 진출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은행들은 총자산이 2000년 말 13조7천억위안으로 1996년 7조5천억위안에 비해 두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러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영기업에 많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엔 부실이 늘어나는 것이 고민이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고성장에 가려 있던 부실채권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화약을 장전하고 있는 대포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위험과 기회가 함께 하는 중국시장에서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성공하려면 구조조정 경험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해진 하나은행 상하이지점장은 "부실이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경험한 우리는 여신심사와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므로 중국에서 장사를 할 때도 이 점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계는 한국의 구조조정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ADB 총회에 참석한 그레이 HSBC 회장은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은 안전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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