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사회 분할안 동의했지만… '메모리 생존' 진통 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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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이닉스반도체는 9일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이 제시한 회사분할안을 승인했다.

이사회는 이날 "지난 3일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가 결의한 회사 분할 등의 방안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는 그러나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만들어지면 이사회가 동의 여부를 다시 정하기로 했으며, 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위한 외부 전문기관의 선정에서도 주채권은행과 협의해 결정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사회가 회사분할안을 받아들인 것은 채권단의 제안이 회사측이 마련한 독자생존안의 구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의 한 사외이사는 "메모리 부문 매각이 부결되면서 회사가 비메모리 부문 매각을 포함한 자구안을 만들었다"며 "분할 후 매각을 추진하는 작업에 회사도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측은 회사를 메모리·비메모리·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기타 부문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박종섭 전 사장이 미국에서 비메모리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각성사 직전까지 갔던 TFT-LCD 부문의 매각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팔지 않고 정상화한다는 게 하이닉스 측의 복안이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다소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현 단계에서 특정 사업부문을 살린다는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사회가 회사분할안을 승인한 것은 기존 독자생존안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분할 방법은 철저하게 실사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때문에 실사가 끝난 뒤 하이닉스의 주력사업인 메모리 부문의 진로를 놓고 다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한편 채권단은 이번주 안에 외부 실사기관 참가 신청을 한 안진회계법인과 매킨지사 등 6개사 중 한곳을 실사기관으로 선정해 약 한달간 정밀실사를 벌일 계획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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