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감싸고 나무라지 않아 권력자 아들 부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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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권력자인 아버지가 감싸고 돌면서 결코 나무라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ABC 방송은 3일 세계 일부 국가 최고 권력자의 아들들이 부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그릇된 자식 사랑이 권력자의 아들을 망친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권력자 아들의 전형적인 부패 사례로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아들 장 크리스토프, 전 유고연방의 독재자였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아들 마르코,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아들 토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아들 우다이의 행각을 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경호원들과 아첨배에 둘러싸여 친구들과 동떨어져 지내면서 지위를 이용해 갖가지 구린내 나는 이권에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늘 미녀들을 끼고 다녔으며,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속도광들이었다.

ABC 방송은 권력자의 아들이 부패의 길에 쉽게 빠져드는 원인을 보통사람과는 다른 특권계층의 환경이 이들의 성장기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미 시카고 대학 아동심리학 연구소장인 베넷 레벤털 박사는 "권력자들의 아들들은 매우 특수한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들이 누리는 특권이 주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는 마치 영화배우들이 누리는 명성과 영향력이 자칫 그들의 자아를 왜곡시킬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토미 수하르토는 3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갖가지 파렴치한 범죄를 일삼았다. 소문난 바람둥이인 그는 자신에게 18개월 실형을 선고한 대법원 판사를 살해토록 교사한 죄 등 여덟 가지 죄목으로 구속 수감돼 있다.

장 크리스토프 미테랑은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불법 무기거래에 끼어들어 거액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있다.

'미스터 아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그는 프랑스의 아프리카 정책에도 은밀히 관여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르코 밀로셰비치도 부친의 힘을 배경으로 외국산 주류·약품·담배의 독점판매 사업에 관여해 떼돈을 벌었다. 현재 러시아 등지에서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그는 성장기 때 아버지보다는 골수 공산주의 지도자로 절대권한을 행사한 어머니로부터 편집광적인 습성을 물려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다이 후세인은 이라크에서 살인·강간·고문 등 각종 반인권적인 범죄를 저질러 국내외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우다이는 형제들과 함께 유년기 때 아버지의 지시로 사형수들을 공개 고문·처형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참관하며 야만성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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