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교육 현장, 심포니 활용 수업을 아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첨단 IT기술로 무장해 칠판이 필요 없는 교실이 등장했다. 타임교육이 새롭게 선보인 수업 시스템인 심포니는 교실 속 칠판을 없애고 수업 모습도 바꿔놨다. 심포니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스마트펜으로 필기한 내용이 블루투스(전자 기기와 컴퓨터 간 파일을 무선 전송하는 기술) 수신기를 통해 교사의 컴퓨터에 실시간 모니터링 되는 수업 방식을 말한다. 21일 하이스트 동작학원을 찾아 심포니를 활용한 영어 수업을 들여다봤다.

필기 내용 실시간 첨삭 받고 친구들과 비교

 6학년 학생들의 영어과목 심포니 수업 시간. 김유미 강사는 칠판에 수업 주제를 적는 대신 학생들에게 스마트펜부터 나눠주기 시작했다. 교실 전면에는 칠판 대신 강사의 노트북 컴퓨터와 연결된 빔프로젝트 스크린이 걸려 있었다. 스마트펜을 받은 학생들은 학원교재나 워크북에 펜을 찍어보며 강사의 노트북과 연결이 됐는지 확인하느라 바빴다. 펜과 노트북이 연결되면 스크린에 학생의 이름과 워크북의 빈 종이 모양이 떠올랐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 11명의 스마트펜이 모두 강사의 컴퓨터에 연결돼 수업이 시작되기까지는 2~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심포니 수업은 시각적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김수민(서울 보라매초5)양


은 “내가 자리에 앉아서 쓰고 있는 내용이 스크린에 바로바로 나타나면 너무 신기해서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웃었다. 김 강사는 “하이스트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나 워크북은 학생들이 스마트펜으로 쓰거나 그린 내용을 인식해 강사의 노트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특수 코팅이 된 종이로 제작돼 있다”며 “아무 종이에나 쓴다고 다 인식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 주제는 ‘Frictional force(마찰력)’에 대한 내용이었다. 학생들이 마찰력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세 단락 이상으로 영작하고 나면 강사가 학생들과 함께 내용이나 문법적 오류를 첨삭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스마트펜으로 작문에 열중하는 동안 김 강사는 노트북 앞에 앉아 11명의 학생이 써내려가는 내용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창의적이고 좋은 문장을 사용한 글과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틀리는 부분을 미리 골라두는 것이다.

 심포니 수업 방식을 도입하기 전에는 학생들이 작문을 하는 동안 강사는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뭔가 적고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는 정도였다. 김 강사는 “지금은 컴퓨터로 누가 어떤 내용으로 쓰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잘 쓰는 아이도 어느 부분에서 한참 망설이는 게 보이면 아이 자리로 가 뭐가 문제인지 물어보고 그 문제를 바로 해결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긍적적이었다. 표선우(서울 대림초 6)군은 “내 글에 틀린 부분이 많으면 친구들 앞에서 공개하는게 싫기도 하다”면서도 “잘 쓴 친구의 것과 비교하다보면 내가 부족한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오성(서울 상도초 6)군은 “심포니 수업을 한 뒤부터 예습을 꾸준히 하게 됐다”고 자랑했다.“자신있게 과제를 해결한 날은 빨리 내 것부터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고 수업이 더 재미있어요. 덕분에 예습하는 습관이 생겨 성적도 오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이해도는 높지만 수업 진도는 더 늦어져

 김 강사는 “심포니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이해도는 높아지지만 수업 진도는 더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학생들이 정답을 아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넘어가던 기존의 수업과 달리, 심포니 수업은 강사가 학생들의 풀이 과정 하나하나를 살피기 때문이다. 학생 개개인의 문제 풀이 성향이나 실수 유형까지 짚어주다보면 진도를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태도도 눈에 띄었다. 자신이 쓴 글을 스크린에 확대해놓고 강사와 다른 학생들이 일일이 첨삭하기 때문에 한눈을 파는 모습이 없었다. 발표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학생들은 강사가 자신의 필기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설명을 하기도 하고, 다른 학생의 필기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스스럼없이 질문하기도 했다. 김강사는 “교재 내용을 중심으로 수업하던 때와 달리 아이들이 직접 적은 내용으로 수업을 하다보니 발표를 할 때도 부담이 적은 것같다”고 말했다.

 수업 진도를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할 수 있게 됐다. 이강표(서울 대영초 6)군은 “전에는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그냥 손 놓고 앉아 있다가 선생님이 설명해주면 받아 적기만 했다”며 “지금은 못 풀고 가만히 있으면 선생님이 모니터를 확인하다 내 자리로 와 모르는 부분을 설명해주니 일대일 과외를 받는 셈”이라며 만족해 했다.

 이정화 부원장은 “현재는 영어와 수학, 과학 수업에 심포니 수업을 활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어나 논술 수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포니는 서술형·논술형 시험 등 정답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에 주목하는 현교육 과정에 꼭 맞는 수업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1.하이스트 동작학원의 영어 심포니 수업 모습. 김유미 강사(오른쪽)가 학생이 워크북에 적은 내용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며 첨삭 지도를 해주고 있다. 2.심포니 수업에 사용되는 스마트펜과 특수 코팅 종이로 제작한 학원 교재.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