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민생에 짐만 된 국회 …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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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한나라당 황우여 국회교육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해 여야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산회를 선포한 뒤 퇴장했다.[조용철 기자]

# 20일 열린우리당, 국회정상화 위해 한나라당에 대표.원내대표가 참석하는 4자 회담 제안

# 15일 한나라당, "4대 입법 합의처리 약속 땐 임시국회 응하겠다"고 제의

# 8일 김원기 국회의장, "4개 입법 연내 처리하지 않는 조건으로 임시국회 열자"고 중재

# 7일 열린우리당, "보안법 폐지안의 연내 처리를 유보하겠다"고 야당에 제의

이렇듯 파행 국회엔 제안이 넘쳐난다. 그러나 양측 모두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상대의 제안이 나오면 이를 거부한 뒤 또 다른 제안을 던질 뿐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계속 헛바퀴를 돌고 있다. 짧게 보면 지난 10일 임시국회 개회 이후, 길게 보면 지난 10월 말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비난 발언 때부터 국회는 민생을 내팽개친 상태다.

20일에도 여야는 "책임 있는 지도부가 나서서 협의해야 한다. 내일 오전까지 가부간 결론을 내자"(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우리의 제안엔 묵묵부답이더니…. 천 대표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는 논박을 주고받았다.

이날 한나라당은 "일단 국민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4자회담을 수용했다. 하지만 마지못해 받아들인 모양새다. "4대 입법을 합의 처리하자는 (우리 제안의)틀에서 논의하겠다"고 토를 달았다.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23일 단독으로라도 예산안과 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 파국"이라고 맞선다. 이 때문에 타협안이 나올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양측 간 신뢰가 없다. 양당 지도부는 스스럼없이 상대를 "믿기 어렵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를 향해 "두뇌구조가 다르다"고 비난한다. 약속을 어기는 것도 다반사다. 공정거래법 등 처리과정에서 여야 합의문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문서도 못 믿는 마당이니 말로 한 약속은 하루가 못 가 뒤집힌다.

초선 의원이 60% 이상인 점도 지금 상황에선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의 당선 경험만 뇌리에 가득한 이들은 무조건 상대를 꺾겠다는 투지만 가득하다. 대화.타협을 해본 경험도 없다. 완승도 완패도 없는 현실 정치는 이들에게'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니 절충이 안 된다. 처음부터 날치기로 통과시키나, 완력으로 저지하나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협상이 시작된다.

대표적 민생 현안인 예산안은 헌법에 규정된 처리기한이 지난 2일이다. 이미 20일이 지났다.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도 올해 안에 처리해야 한다.

이젠 국회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때다. 여야 지도부 4인이 만나는 21일 회담이 엉킨 실타래를 푸는 자리가 돼야 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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