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남 73, 여 80세 남녀차 11년새 1살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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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통계청이 20일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통계(‘2002년 생명표’)를 내놓았다.

생명표는 최근 3년간의 연령별 사망률과 사망 원인을 분석해 이런 경향이 계속된다는 가정 아래 2002년 만 나이를 기준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기대 여명)를 추정한 것이다.

예컨대 2002년에 45세였던 남성은 30.8년을, 여성은 36.9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5세 남성은 75.8세까지, 여성은 81.9세까지 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로 실제 수명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이가 많을 수록 현재 나이와 기대 여명을 합한 총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생명을 위협할 만한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 발생의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남녀 간 수명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20일 내놓은 '2002년 생명표'에 따르면 2002년에 태어난 아이가 평균 몇년을 살지를 의미하는 '평균수명'은 남자는 73.4세, 여자는 80.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간 수명 차이가 7년으로 1991년 8.2년이었던 것에 비해 1년 이상 줄었다. 40대를 넘어서면 남녀 간 기대 여명(예상 잔여 수명) 차이가 7년 미만으로, 50대를 넘어서면 6년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정창신 통계청 인구분석과장은 "남녀 간 수명 차이가 줄어든 직접적 원인은 남성들이 건강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40대 남성 사망률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배우자(재혼 포함)와 함께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은 결혼 초기인 30세를 기준으로 남자는 37.3년, 여자는 32.2년으로 분석됐다. 90년에 비해 부부가 해로할 수 있는 기간이 1~2년 더 늘어난 것이다.

◆ 오래 살려면=남성은 암을, 여성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순환기 질환을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2년 만 45세인 남자가 앞으로 암 때문에 숨질 확률은 27.2%였다. 같은 나이 여자(14.1%)의 배 이상 되는 것이다. 45세 여자는 순환기 계통 질환에 의한 사망 가능성(25.8%)이 다른 원인보다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우리나라 사람의 수명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남자는 1.3년 짧고, 여자는 평균에 거의 근접(-0.2년)한 수준이었다. OECD 평균수명(2002년 기준)은 남자 74.7세, 여자 80.6세다. 가장 오래 사는 국가는 일본으로 평균 수명이 남자 78.3세, 여자 85.2세였다.

◆ 정년은 거의 안 늘어=과거보다 더 오래 살게 됐는데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할 무렵인 25세를 기준으로 남자는 앞으로 34.5년을, 여자는 23.1년을 더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나가 재취업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것까지 포함한 기간인데, 90년 조사에 비해 남자는 0.6년, 여자는 1.6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에 25세 남자의 기대 여명은 10년 늘었는데 정년은 7개월 남짓 늘어난 것이다. 여성은 같은 기간 수명이 7년 늘었다.

LG경제연구원 양희승 연구원은 "재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노년층 인구를 적극 활용해야 경제성장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고 청년층의 노인 부양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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