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대화 재개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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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에 합의했다.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등장한 이후 1년반 이상 중단됐던 북·미 대화가 공식 재개됨으로써 한반도 안보정세가 다시 안정적인 국면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실제적 상황으로 가시화되기 위해선 북·미 양자가 상대방 입장에 서로 유연하게 이해할 자세를 갖고 절충점을 찾으려는 끈질기고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

북·미 대화는 상호 비우호적이고 대칭적인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우선 북한 지도자를 불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핵 및 미사일 개발과 수출 중단, 재래식 군사력의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대화가 처음부터 첩첩산중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 간에 놓인 이러한 엄중한 문제를 협상으로 절충하자는 합의점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대화 재개의 의미는 크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최근 보인 대외 '개방노선'을 주목한다. 북한은 임동원 대통령특사의 평양 방문 요청을 수용해 교착상태의 남북관계에 물꼬를 텄고, 일본적십자와의 회담을 통해 대일관계를 개선했다. 북한이 미국의 잭 프리처드 대북협상특사의 평양 방문을 요청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취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한은 최소한 대남·대일 대화를 통해 보였던 정도의 신축성이나마 갖고 대미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체제 안정과 경제 건설을 위한 국제적 지원을 받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도 9·11 테러 참사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다뤘던 방식처럼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려 해서는 안된다. 국제관계에서도 때로는 매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상대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역시 북한이 불만족스럽지만 절충점을 찾지 않을 수 없도록 유연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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