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평균선' 무너져 조정장세 길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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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가 조정의 폭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증시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31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지난 19일 이후 10.6%나 빠진 탓 인지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미국 증시 급락에 따른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공세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가지수는 지난 9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60일 이동평균선(844.48)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조정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정 길어질 수도 있다"=주요 증권사의 리서치 담당 책임자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줄기차게 올랐던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갔다"고 입을 모았다.

<표 참조>

LG투자증권 김주형 상무는 "미국 증시가 떨어져도 끄덕 없이 상승세를 탔던 한국 증시가 이달 중순부터 뉴욕 증시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조정의 1차 원인"이라며 "뉴욕 증시가 안정을 되찾지 못하면 한국 증시의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내수확장에 따른 경기회복이라는 재료가 장을 떠받쳐 왔기 때문에 떨어지는 미 증시와 달리 주가가 오를 수 있었지만, 이제 수출회복이 시장의 핵심 재료로 떠오른 만큼 미 경기에 연동해 시장이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단기적으로는 한·미 증시가 다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나스닥이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증시도 다음달 말까지는 완연한 조정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증시의 급락으로 투신 권으로의 신규자금 유입이 급감하는 등 시장의 수급상황도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하상주 이사는 "현 조정 장이 6월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미 증시가 크게 떨어지거나 크게 오르지 않는 게걸음 양상을 보일 공산이 커 일정 기간 조정 후에는 미 증시를 떠난 돈이 한국 증시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응요령은=일단 눈앞에 닥친 위험은 피해야 하지만 무리하게 매도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증권 맹영재 연구위원은 "조만간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도 예상되지만 그 반등의 힘은 약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승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천천히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앞으로 시장 여건이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며 "대세 상승 장에서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중장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관련 IT종목에 관심을 갖고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대세 상승 장에서 조정국면이 나타날 때엔 일반적으로 테마 위주로 주가가 움직여왔다"며 "한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관련 수혜주(음식료·항공·백화점 등)와 이상고온현상에 따른 여름철 수혜주, 원화 강세 수혜주 등이 강력한 테마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코스닥의 경우 철저하게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빠질 때 적게 빠지는 종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루넷·로커스홀딩스·포스데이타·LG홈쇼핑·SBS·모디아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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