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저금리 상당기간 유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연 0~0.25%인 정책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기로 했다. Fed의 통화정책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3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 끝에 내놓은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로써 적어도 앞으로 6개월 동안은 Fed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경기 회복 신호가 강해지자 FOMC 성명에서 ‘상당기간’이란 표현이 조만간 빠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번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오히려 Fed는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폈던 지난 4월과 달리 이번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금융시장이 경제성장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주로 해외 변수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유럽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경기에 대한 평가에서도 낙관적 표현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4월 회의 땐 “경제가 계속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고 표현했으나 이번엔 경기 회복이 “진행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주택건설도 4월엔 “반등했다”고 했으나 이번엔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소비지출 역시 “회복됐다”에서 “증가하고는 있으나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는 표현으로 완화됐다. 최근 발표된 주택시장 관련 지표도 전문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온 바 있다.

이와 달리 인플레이션 위험은 4월과 마찬가지로 낮게 평가했다. Fed는 “에너지와 여타 상품 가격이 최근 몇 달 동안 떨어졌다”며 “자원 소비가 부진함에 따라 비용 상승 압력도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Fed는 이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도 안정돼 있어 이례적으로 낮은 연방기금 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상당기간’이란 문구를 유지하는데 대해 10명의 이사 중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토머스 호니그 이사만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과거 세 차례 회의에서도 줄곧 소수의견으로 ‘상당기간’이란 문구를 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