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평가 성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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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전교조 해직교사 1천1백여명과 동의대 사태 관련자 46명을 민주화운동 기여자로 인정했다. 우리는 이번 결정으로 엄정해야 할 역사 재평가 작업이 혹시 어떤 정파적 이해관계로 비춰지지 않을지 우려한다.

전교조 교사들이 1980년대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교단에 맞서 참교육을 주장, 교육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공로는 인정할 만하다. 또 이로 인해 1천4백여명이 해직의 고통을 겪은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교육현장을 벗어나 거리투쟁에 나서고, 당시 법으로 금지된 노동3권 쟁취운동을 벌인 것이 민주적 법질서에 합치되는가. 묵묵히 교단을 지킨 다수 교사들은 반민주적인가. 그렇다면 현재 불법단체로 규정해 주동자를 처벌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동의대 사태는 당시 시위학생들이 전경 5명을 도서관에 구금한 채 연행학생 석방을 요구하다 이를 진압하는 경찰에 맞서 화염병 등으로 방화, 경찰관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끔찍한 사건이었다. 주동자 31명은 방화치사상 등 혐의로 최고 무기징역까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학생들이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한 통상의 시위방식에 따라 화염병을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연 그런가. 살상무기나 다름없는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라도 뜻만 좋으면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인가.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과격·폭력 시위는 어떻게 막으며, 또 이들이 민주인사라면 희생된 경찰관은 무엇인가.

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찬반 의견이 대립해 3명이 사퇴하고 표결까지 가는 등 진통을 겪었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가치판단이란 주관적일 수 있고 정권과의 이해관계도 예상된다. 따라서 이런 평가작업은 총리실 직속기관보다 국회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시간을 두고 정리할 사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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