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LG카드] 청산이냐 회생이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연말까지 1조2000억원의 출자전환이 추가로 이뤄지면 LG카드는 더 이상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까.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유동성 지원에도 불구하고 LG카드는 지난 9월 말 현재 자기자본이 -8900억원으로 완전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LG카드와 채권단은 추가 증자만 이뤄지면 더 이상의 자금 지원 없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LG카드 이종호 부사장은 "1조2000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순자산이 -8900억원에서 4000억원 정도로 돌아서게 돼 회사채 등을 정상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다"며 "경영은 이미 흑자기조로 돌아섰기 때문에 2006년까지는 연간 2000억~2500억원의 흑자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증권도 16일자 보고서에서 비슷한 의견을 낸 바 있다.

LG카드를 청산했을 때와 살렸을 때 득실을 따져봐도 LG카드는 살리는 게 유리하다고 채권단은 주장한다. LG카드에 1조2000억원의 추가 증자가 필요하다는 실사 보고서를 낸 딜로이트건설팅에 따르면 LG카드가 청산될 경우 채권단과 LG그룹이 건질 수 있는 돈은 각각 1조9500억원과 26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LG카드를 살릴 경우 채권단은 3조3300억~3조5700억원, LG그룹은 6700억~9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딜로이트의 주장이다.

LG카드를 청산했을 때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LG카드가 파산하면 개인과 연기금.금융회사 등이 보유한 채권은 대부분 휴지조각이 된다. 그 피해액은 줄잡아 1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채권단은 추정한다. 187만개에 달하는 LG카드 가맹점도 당장 타격을 받는다. 가맹점은 일단 물건을 판 뒤 나중에 카드사에서 대금을 받게 되는데 LG카드가 파산하면 상당기간 돈을 못 받아 경영 위기에 몰린다는 것이다. 겨우 진정되고 있는 신용불량자 문제도 다시 악화할 수 있다. LG카드의 파산은 다른 카드사의 자금 조달에도 악재가 되고 이 때문에 카드사가 자금줄을 바짝 죄고 나서면'돌려막기'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카드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채권단과 LG그룹의 합의로 도출할 수 없다면 청산하는 게 시장원리에 맞다는 지적도 있다. LG카드가 청산되면 당장은 충격이 있겠지만 나머지 카드사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