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추가 증자 대책 없어 1년 만에 위기 재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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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채권단과 LG그룹이 LG카드 회생 방안에 합의할 당시 추가 증자(자본 확충)에 관한 사항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LG카드 주채권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은 채권단이 추진한 3조65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자본 확충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정부와 채권단에 올렸으나 묵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1년도 못 가 회생 방안은 부실로 판명났고, LG카드는 29일까지 1조2000억원을 추가 증자하지 않으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몰렸다. 결국 부도 막기에 급급해 턱없이 부족한 자본 확충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추가 증자의 가능성이나 분담 원칙조차 정해 놓지 않은 부실 처리가 LG카드 위기의 재발을 불렀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19일 본지가 입수한 지난 1월 2일 구본무 LG그룹 회장 명의의 확약서와 이에 따른 채권단 합의서에는 채권단이 3조6500억원의 대출을 출자로 전환하는 것 외에 추가 증자 가능성이나 분담 원칙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LG그룹의 책임 범위도 1차로 회사채 등을 사주는 형식으로 8000억원을 지원한 뒤 추가 자금 수요가 있을 경우 3750억원까지만 빌려주는 것으로 한정했다. 나중에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끝내면 1차 지원분 8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을 변제 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는 후순위 전환사채로 바꿔주도록 한 게 전부다.

LG그룹은 이 확약서를 근거로 추가 증자에 참여하라는 채권단의 거듭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채권단은 LG그룹에 1조2000억원의 추가 증자분 가운데 7700억원을 분담하라며 최종 답변 시한을 20일까지로 정해 통보했으나 LG그룹이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LG카드 경영진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LG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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