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主敵은 북한' 표현 삭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조만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주적(主敵)은 북한'이라고 국방백서에 명시된 주적론 삭제 또는 대체문제를 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국방백서 발간 주무부서인 국방부는 주적론 삭제 등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은 이달 임동원(東源)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주적 삭제를 강력히 거론하는 등 지속적으로 주적론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관계기사 4면>

정부 관계자는 26일 "정부는 남북 화해·협력시대를 맞아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방부가 주적 삭제에 반대해 NSC 상임위원회에서 삭제 문제 등을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NSC 상임위원회 멤버 중 일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주적 표현 유지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NSC 상임위원 중 임동원(東源)청와대 외교안보특보와 정세현(丁世鉉)통일부장관은 주적 삭제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특보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주적 표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적대관계만 주장해서는 아무런 진전도 이루기 어렵다"고 주적 표현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이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적론을 삭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삭제 등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국방부 황의돈 대변인은 "앞으로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등이 이뤄지면 상호주의적 입장에서 주적론 삭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보는 이달 초 방북을 앞두고 북한측이 주적론 삭제를 요구할 것에 대비해 삭제를 위한 정부 내 조율과정을 거쳤으나, 국방부 등이 강력히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