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모든 꽃들이 천기누설을 위해 세상에 와 피었다면, 동백꽃은 떨어진 다음에야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우리 눈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동백꽃의 속마음을 모르겠다.
올 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차별로 쏴대는 미군의 따발총 소리가 동백꽃에서 들렸다. 새 천년에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붉은 길' 위를 구른다. 꽃잎에 꽃잎을 얹히며, 우리 벙어리 사월도 따라 굴러간다. 혈흔의 발자국 연대가 그 길 따라 이어진다. 그 길 밟으며 나는 오늘도 보신탕 집에 다녀왔다.
◇약력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97년 중앙일보 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현 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장
▶시집 『겨울반딧불』 등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