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중도우파 "총선후보 단일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르펜 돌풍'에 맞서기 위한 프랑스 정계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주류 정치권의 좌·우파 모두 극우파라는 '공동의 적'이 나타난 상황에서 지금처럼 분열된 모습으로는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당수가 일으킨 바람을 잠재우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때문이 다.

극우파가 6월 총선까지 바람몰이를 이어갈 경우 좌파 또는 우파가 다수당이 된다 하더라도 자칫 정국의 주도권을 극우파에 빼앗길 가능성마저 있다.

지난 21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 1차투표 성향을 분석한 결과, 전국 5백77개 총선 선거구 가운데 좌·우 정당 후보와 극우파 후보의 3파전이 예상되는 선거구가 2백50~3백2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대선 당시의 다섯배 가까운 수치다.

대단결에 한걸음 앞서고 있는 쪽은 우파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공화국연합(RPR)과 프랑스민주연합(UDF)·자유민주당(DL) 등 3개 중도우파 정당은 23일 총선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합 결성에 사실상 합의했다.

'여당 대통령을 위한 연합(UMP)'이라고 명명된 이 연합체에는 DL 소속 의원 대부분과 UDF의 다수 의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RPR는 대선 전부터 우파 정당의 합당을 모색해왔으나 당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프랑수아 바이루 UDF 당수와 알랭 마들랭 DL 당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선 결선투표의 단순 관람객으로 전락한 사회당은 극좌파 정당까지 아우르는 대좌파연합을 모색하고 있다. 좌파 역시 최우선 과제는 총선에서의 후보 단일화다. 이를 위해 총선을 진두지휘할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총서기는 이날 녹색당 당수인 도미니크 부아네 전 환경장관과 노엘 마메르 대선 후보 등 녹색당 수뇌부들과 잇따른 접촉을 했다. 공산당과 좌파 급진당 등과도 후보 단일화에 대한 교감이 이뤄진 상태다.

이와 함께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비(非)사회주의적 정책이 좌파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와 실업자 계층으로 하여금 극우파에 눈을 돌리게 했다는 지적에 따라 공기업 민영화, 정년 연장 등 일부 정책을 완화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