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경기서 3골 … ‘세트피스’ 필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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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며 세트피스에 큰 공을 들였다. 세트피스는 ‘다윗’ 한국이 ‘골리앗’과 같은 세계적인 강팀을 쓰러뜨릴 수 있는 무기였다. 허 감독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박주영과 기성용을 전담 키커로 가동했다. 역할은 나눴다. 킥에 힘이 있는 기성용에게는 먼 거리 프리킥을, 속도감 있는 감아차기를 구사하는 박주영에게는 짧은 거리의 프리킥을 맡겼다.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후 “프리킥 훈련을 수시로 했다. 그 지역에선 박주영이 차기로 돼 있었다”면서 “자블라니가 힘을 줘서 차면 80~90%는 뜬다. 힘을 뺀 상태에서 차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세트피스에 의한 ‘필승 공식’도 만들었다. ‘이영표 파울 얻어내기-기성용 프리킥-이정수 골’이 그것이다. 수비수 이영표가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파울을 얻어내면 기성용이 오른발 프리킥을 하고, 이를 키 큰(1m85㎝) 수비수 이정수가 골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골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이 공식대로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 첫 골을 뽑아냈다. 부상으로 월드컵 직전 대표팀에서 낙마한 곽태휘(교토)는 그리스전 첫 골을 지켜본 후 “우리는 세트피스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약속된 플레이’를 위해 같은 장면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정수가 골을 넣은 건 딱 우리가 훈련한 그대로였다.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AP통신은 23일 “자블라니를 지배한 한국이 16강에 올랐다”면서 한국이 오랜 기간 까다로운 공인구로 세트피스를 갈고 닦은 게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터진 두 골은 기성용과 박주영의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경기 후 박주영은 “나 혼자 넣은 골이 아니다. 동료들이 힘을 보태줘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 골 상황에서 기성용이 킥을 하자 이정수는 약속된 장소로 타이밍을 맞춰 쇄도했다. 후반 박주영이 슛을 할 때는 기성용과 박지성이 상대 벽에 가담해 골키퍼의 시야를 가렸다. 이는 나이지리아 에니에아마 골키퍼가 순간적으로 볼의 방향을 놓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더반=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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