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의 현장] 서울보증 인사에 눈길 쏠리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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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청와대 인사라인은 MB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등의 사장·감사는 물론 사외이사 자리에까지 정권 창출 공신과 측근 인사들을 대거 내려보내 빈축을 사왔다. 특히 MB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어윤대씨가 엄연한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의 회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그 때문에 청와대 안에서도 지방선거 참패 이후 인적 쇄신 작업과 병행해 낙하산 인사 자제론이 일고 있다.

이를 확인할 계기가 바로 오는 30일의 서울보증 사장 선임이다. 당초 사장 선임 주총은 지난주 열릴 예정이었지만 슬그머니 연기됐다. KB 회장 인선과 맞물려 또 다른 MB 인맥이 사장으로 떠오른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보증의 신임 사장으로는 이 회사의 감사인 정연길씨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는 2년 전 이 회사 감사가 됐다. MB와 동향(경북 포항)에 동창(동지상고)이라는 끈 덕분이었다는 말이 많았다. 금융계 경력은 제일은행 지점장이 마지막으로, 보험 분야에선 일한 적이 없다.

그의 사장 선임설에 대한 금융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아무리 낙하산 인사라 해도 시장이 수긍할 상식은 따라줘야 하는 법인데,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주류다.

서울보증의 대주주는 정부(예금보험공사)다. 그 때문에 그동안 경제관료 등이 낙하산을 타고 사장이 됐던 게 사실이다. 그들은 낙하산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남겼다. 현 방영민 사장의 경우 직원들이 연임을 원했을 정도다.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전문가급 낙하산들이었기에 가능한 얘기였다.

이제 청와대가 단안을 내려야 할 때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식이 통하는 인사가 정답이다. 끼리끼리 해먹는 인사의 말로는 불을 보듯 하다. 대통령이 바뀌는 순간 한꺼번에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 악착같이 더 챙기겠다면야 어쩌겠는가. 참여정부도 그랬지만, MB정부는 더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지금 금융계의 민심은 흉흉하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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