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생각할 거리 던져주면 아이들은 열심히 읽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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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독서지도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화 활용하기. 우선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 보자. "여러분은 이제 영화 감독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첫 작품을 멋지게 만들어야 하겠죠.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읽어 보세요." 그저 막연하게 책장을 넘기던 아이들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신중해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덧붙여 주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뭘까요?" "영화로 만든다면 어느 장면을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으로 할까요?"

아이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면 좀더 생동감 있게 질문한다. "여러분, 이 역할을 누가 맡으면 좋을까요? 소유진? 장나라?" 나아가 학급 친구나 동네 사람들을 더하여 직접 배역들을 정하게 하면 독서 분위기를 훨씬 생동감 있게 해준다. 어느 수준이 되면, 특정 작품에서 10개의 장면을 뽑아 보라는 식으로 요구한다든지, 영화로 된 작품들을 보면서 영화와 작품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은지 토론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이가 평소에 영화라는 영상 매체와 책이라는 활자 매체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이 필수다.

지난 번 '청소년 영화로 만들 만한 책(비문학 포함)'에 관한 퀴즈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다. 추천서 중 국내서로는 『문제아』(박기범·창작과비평사), 『아홉살 인생』(위기철·청년사), 『우상의 눈물』(전상국·민음사), 『동정 없는 세상』(박현욱·문학동네), 『새의 선물』(은희경·문학동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이성과힘), 『네 멋대로 해라』(김현진·한겨레신문사), 『교실 이데아』(최병화·예담),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박경수 외·뜨인돌) 등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 번역서로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터 카터·아름드리미디어),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로버트 뉴턴 펙·사계절), 『소피의 세계』(요슈타인 가아더·현암사),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니콜라우스 피퍼·비룡소),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샐린저·민음사),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미치 앨봄·세종서적), 『니콜라 테슬라』(마가렛 체니·양문) 등이다. 모두 청소년기의 갈등과 좌절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책들이다. (강추!)

끝으로 생각해 볼 점 하나. 우리 나라에서 제대로 된 청소년 영화, 제대로 된 청소년 도서를 찾기가 힘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역시 입시 공부를 하면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청소년기에 충분히 고민하고 성장할 수 없었던 우리 기성세대들의 아픈 경험, 빈약한 체험 때문이 아닐까.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대표>

◇퀴즈=청소년들에게 권해 줄 만한 대목을 추천한다면? 해당 글귀를 적어서 책 이름과 저자·출판사·인용 쪽수를 밝혀 주소 및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5월 1일까지 wisefree@dreamwiz.com으로. 지난주 당첨자 명단은 www.joins.com/et/book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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