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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틴틴] 차근차근 지도 넘기면 역사가 쏙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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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사
지오프리 파커 엮음,김성환 옮김
사계절, 196쪽, 2만3800원

조선 후기 실학이 도달한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 지도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그 시기에 도입된 각종 세계지도는 동시대인들에게 자신이 발붙이고 사는 세계의 실제 모습을 보여줬다. 그 충격은 컸다. 중세적 세계관과 명분론적 역사인식의 취약점을 그 어떤 사상서보다 극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도는 이처럼‘길 찾는 도구’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책은 ‘지도로 보는 세계사’를 표방하고 있다.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제별로 185개의 지도와 도표가 실렸다. 기존 역사책에서 텍스트의 보조 역할에 그쳤던 지도가 여기서는 당당한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역사라 하면 시간을 축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여기에 공간이라는 다른 축을 도입하면 인식의 지평이 그만큼 확대된다. 그것은‘대동여지도’처럼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함과 동시에 현실과 거리가 먼 기존의 관념을 수정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지도를 차례차례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그간 지나치게 일국사적이고 민족사 중심이었던 역사인식과 교육이 가진 취약점이 한눈에 드러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현생인류와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인더스·황하 등 지도상 한 점에서 시작된 문명, 그리고 서남아시아에서 비롯된 농업경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지도 앞에서는 그 장대함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거대 종교들이 무역로를 따라 퍼지며 각 종교 권역을 묶어 나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또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힌두교·불교·유대교의 선지자들이 모두 기원전 6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살았다는 역사적 사실과 치열한 종교갈등의 현실을 연관지으면 역사의 아이러니에 쓴 웃음이 나온다. 현대의 환경과 경제를 설명한 지도는 왜 오늘날 세계가 한 묶음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고, 왜 ‘지구적 사고’가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컨대 ‘지도로 본 세계사’는 각 지역과 민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았던 역사다. 역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균형 있게 파악하려면 시리즈의 전작인 『아틀라스 한국사』를 참조하면 되겠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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