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나리자의 매력에 숨은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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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의 유산
원제 Math and the Mona Lisa
뷜렌트 아탈레이 지음,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398쪽, 1만8000원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를 수학적으로 분석해본다면 어떨까?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 작품을 냉정한 이성의 표상인 수학으로 분석하는 일이 도대체 가능하기나 할까? 과연 수학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이 창조적인 예술과 양립할 수 있을까?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원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이면서 두 권의 석판화집을 발간한 뛰어난 예술가이고, 고고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진 뷜렌트 아탈레이가 『다 빈치의 유산』을 통해서 던지는 심오한 의문이다. 그의 결론은 단순히 ‘가능하다’의 수준을 넘어선다. 오히려 과학과 예술은 표현방법만 다를 뿐이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해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에는 우리가 반드시 음미해야 할 수학적 의미가 담겨 있고, 자연에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13세기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처음 발견했던 ‘신성 비례’의 신비가 자연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된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예술과 과학은 모두 자연에 대한 냉철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자연에 숨겨진 그런 수학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우리의 숭고한 노력이다. 예술과 과학의 본질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이해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르네상스인의 원형으로 칭송받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통해서 그런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현대의 르네상스인’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저자의 주장이다.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라는 말을 남겼던 다 빈치에게 자연은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원근법을 창안한 그에게 그림은 그런 자연을 묘사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그러나 그의 지성 세계에서 언제나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킨 것은 역시 과학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오랜 탐구를 통해 밝혀낸 자연의 비밀들이 담겨 있었다.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이고 몽환적이며 시대를 초월한 경이로운 심리학적 초상화’로 평가받고 있는 ‘모나리자’도 그런 면에서 예외가 아니다. ‘모나리자’에는 자연에 가장 내밀하게 감추어진 황금 직사각형과 황금 삼각형의 신비가 숨겨져 있다. 다 빈치는 수학자 파치올리의 『신성 비례』의 삽화를 그리고, 인체를 해부하고, 비행기를 고안하는 오랜 탐구 생활을 통해서 신성 비례라는 수학적 신비에 깊이 심취했었다. 그런 수학적 신비가 곧 다 빈치의 예술과 과학을 모두 살찌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예술은 물론이고 수(數)의 기원에서부터 현대 첨단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소설과는 다른 ‘다 빈치 코드’를 읽어내는 저자의 놀라운 식견을 통해서 탁월한 독창성과 분별력으로 누구보다 앞서 현대 경험 과학의 방법론을 터득했던 최초의 근대 과학자 다 빈치의 천재성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앞으로 그런 예술과 과학은 더욱 추상적이고 비직관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이미 과학과 인문학의 깊은 단절로 신음하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 등장하고 있는 자연과학자도 아니고 인본주의자도 아닌 ‘테키’(techie)에 의해 형성되는 제3의 지적 문화 때문에 ‘정보의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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