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따로 홍보 따로 흥행 노린 뚱딴지 같은 꼼수광고 눈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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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개구쟁이 일곱살, 엄청 연상녀와 귀(?)막힌 동거를 시작한다'('집으로…')

'두 여자와 한 남자의 6박 7일간의 트루 로맨스'('생활의 발견')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들의 홍보 문구다. 영화 내용이 궁금해질 만큼 톡톡 튄다 싶으면서도 기자들끼리는 "저거 맞아?"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영화를 보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을 만나 취재한 영화의 '본질'과 어딘지 어긋난다는 느낌 때문이다.

가령 '생활의 발견'은 이른바 '작가 감독'이라고 불리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대중적이라는 평을 받긴 했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분명 아니다.

'영화 따로, 홍보 따로'라는 심증은 '복수는 나의 것'의 박찬욱 감독이 대학생들과 대화한 내용이 실린 한 영화전문지를 보니 더 굳어진다.

이 영화는 개봉 전 '(한국에서 보기 드문) 하드보일드 영화'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었다.

박감독은 대담에서 "이 영화는 특정 장르를 염두에 두고 찍지 않았다. 다 만들고 나서 마케팅 요구에 맞춰 하드보일드라는 말을 붙인 것"이라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이러니 "하드보일드 영화가 아닌데 홍보를 그렇게 하니 잘 모르는 일부 기자들은 무턱대고 하드보일드라고 기사를 쓴다"는 평론가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유는 짐작하는 대로다. 흥행 때문이다. 지난해 '조폭 영화'의 폭발적 성공은 영화계에 '예술 영화 또는 작가 영화라고 소문나면 망한다'는 믿음을 굳혔다. 다시 말해 심각하거나 진지하다는 평이 흘러다니면 관객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관객을 더 많이 끌기 위한 홍보는 필요하다. 그러나 감독들은 자신의 작품에 붙는 '잘못된 문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 '잘못된 문패'를 찾아간 관객들은 또 어떨 것인가. 그건 작품을 계속 하기 위해서,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삼켜야 하는 '겨자'일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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