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SK지분 3.4%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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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SK건설이 가지고 있던 SK 지분 3.4%가 17일 한국투자신탁이 운용하는 유럽계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SK와 SK건설 간의 계열사 상호출자관계 때문에 상법상 의결권이 없었던 이 지분은 한투운용에 넘어가면서 의결권이 살아나게 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따라서 이번 거래가 SK-소버린 간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투운용은 이날 개장 전 시간외거래에서 SK건설이 보유해온 SK지분 430만5000주를 주당 5만4000원에 매입했다.

전문가들은 펀드의 자금이 SK측 우호세력일 경우 삼성전자(1.4%).팬택앤큐리텔(1.1%)과 함께 내년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은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한투운용의 SK지분 매입자금은 국내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유럽계의 단일 외국인의 자금(2500억원)이라는 점이다.

한투운용은 "실명법상 자금주체를 밝힐 수 없다"며 "연말 배당투자와 자본차익을 노리는 순수한 투자목적의 자금"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지배구조펀드를 준비해 온 한투운용에 자금이 들어왔고, 마침 SK건설로부터 매물이 나왔기 때문에 SK 지분을 매입했을 뿐 SK 측과도 사전협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K그룹 관계자는 이날 "그룹 지배구조와 직결된 지분을 우호세력이 아닌 적대적 인수합병(M&A) 지원세력(흑기사)에 넘길 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투운용 권성철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의 부당한 경영간섭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백기사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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