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왕 비법 책으로 남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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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저의 요리공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조리대에 서서 하는 모든 작업이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책도 그동안 공부한 것을 정리해 후배들에게 알려주려 한 것뿐입니다."

일식 조리사 김원일(45·사진)씨가 다시 요리책을 펴냈다. 김씨는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인물이지만 외식업계에선 '한국의 초밥왕'이라고 할 정도로 인정받는 조리사다.

조리사 생활 27년에 경기도 분당신도시에 3층짜리 일식집 '쓰루가메 쓰시'를 운영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하루도 주방에서 칼을 놓지 않았다.

1993년 '전통 일본요리'를 시작으로 그동안 돈가스·회·복어 등 자신이 어렵게 배운 것들을 정리한 요리책을 11권이나 출판했다. 특히 김씨가 펴낸 책은 현업에서 배울 수 있는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조리사들에게 인기있는 책들이다. 그렇지만 김씨는 책을 써서 번 돈은 없다. 오히려 매번 빚만 늘었다고 말한다. 당초부터 판매보다는 후배들에게 요리기술 전수를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 그러다보니 매번 일식집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책만드는 데 쏟아붓는 셈이다.

이번에 만든 『김원일 초밥기술 전과(형설출판사)』도 마찬가지다. 3년 동안 하루 일과를 끝내고 세시간만 자면서 만들었다. 제작 경비도 수억원에 달한다. 누구라도 초밥 만들기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생선 고르기부터 초밥을 쥐기까지의 전 과정을 4천여 컷의 컬러사진으로 꾸몄다. 이를 위해 구입한 생선값만도 아파트 한채는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참다랭어의 경매와 해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작가와 일본 도쿄 쓰키지(築地)시장에서 꼬박 나흘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요리사를 공부시키는 곳이 없어요. 물론 교과서도 없고요. 책을 만들어 손해를 보더라도 제가 계속 책을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또다시 초밥을 쥐며 김씨가 남긴 말이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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