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이름 왜 두번씩 바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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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 여객기 추락 후 11시간이 지나 생존 사실이 알려진 사고기의 기장 우신루(吳新祿·31)를 둘러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吳기장은 국내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서른 한살의 경력 1년차 기장이란 점에서 조종 능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중국국제항공이 사고대책본부에 두번씩이나 엉터리 승무원 명단을 통보한 경위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채 김해 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吳기장은 16일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에게 경험 부족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사고 원인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吳기장이 병원으로 후송된 뒤 내내 괴로워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31세 기장의 조종 능력=중국에선 조종사들의 기장 승급 연령이 한국(37~38세)보다 7~8년 빠를 수 있다. 대졸 군필자를 조종사로 주로 육성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는 대학 졸업자격을 주는 4년제 비행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吳기장도 고교 졸업 후 비행학교에 입교해 정규 훈련을 받고 9년간 부기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기장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6천3백86시간을 비행해 기록상으론 충분한 경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吳기장의 조종능력에 결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기장 경력이 1년에 불과한 점으로 미뤄 악천후 등 비정상적인 조건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기장도 각각 28세, 30세에 불과해 조종사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항공관례상 연령이나 출신지역, 비행 경력(군 또는 민간) 등이 서로 다른 조종사를 함께 배치해 보완이 되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한 승무원 명단=사고대책본부가 15일 오후 1시23분 중국국제항공으로부터 받은 최초의 승무원 명단엔 기장 이름이 치신셩(QI XIN SHENG·31)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대책본부가 "명단과 생존자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항의하자 항공사측은 오후 7시55분 두번째 명단을 보내왔으나 여기에도 기장이 우닝(Wu Ning·31)으로 표기돼 있었다.승무원 수도 당초 12명에서 11명으로 줄었다.

대책본부는 두번째 명단의 경우 비교적 생존자와 이름이 일치해 이를 정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기장의 이름이 우신루(Wu Xinlu)란 사실은 오후 11시쯤 중국 신화통신의 '기장 생존'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에 대해 16일 사고대책본부는 "단순한 착오에 의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닝(Wu Ning)과 우신루(Wu Xinlu)의 영문표기가 크게 차이 나 이를 단순한 오타나 행정착오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 실제로 본사 취재진이 15일 오후 6시쯤 중국국제항공의 베이징 사무소에 기장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도 항공사측은 "기장 이름은 우닝(Wu Ning)"이라고 밝혔었다.

일부에서는 B-737기종을 운항하던 부산~베이징 노선에 지난주부터 승객이 많은 월요일에 한해 대형 기종인 B-767기종을 투입한 점으로 미뤄 중국측이 김해공항 착륙 경험보다는 B-767 조종 능력을 위주로 조종사를 교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사고기 기장이 육체·심리적으로 정상을 찾을 때까지 어떤 형태의 조사나 인터뷰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해=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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