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토요일 쉬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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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금융산업노조가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이를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들은 당장 시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연월차수당 등 임금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기업과 개인 등 고객들의 결제 수요가 몰리는 주말에 은행 문을 닫으면 큰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아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은행 경영진은 노사정위원회 협상이 끝나기 전에 은행부문에서 먼저 주5일 근무제 협상을 타결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과 노조들은 이미 2년 전부터 주5일 근무제에 대해 논의해왔다. 내부적으로도 여러가지 조사를 마친 상태다. 현재로서는 공과금과 대출금 만기 문제가 조정되면 큰 장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용기 은행연합회 상무는 "공과금은 은행 임의로 연기할 수 없어 한전 등 징수업체와 미리 계약을 해야 하고 대출 만기일은 현재의 공휴일 규정대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는 경제단체를 통해 알아본 결과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윤상무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그에 맞춰 자금 수급을 조절하고 있고 다른 기업들도 대체로 주말을 피해 자금을 맞춰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윤태원 교육문화국장은 "은행마다 자동화기기가 많이 보급돼 있어 개인고객의 불편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행 여건은 조성돼 있지만 주5일 근무 때 임금 보전 문제를 놓고 여전히 견해차가 큰 형편이다.

특히 연월차수당 지급 때문에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 안은 토요일을 쉬되 월차와 연차는 주지 않겠다는 것인데 노조측은 연월차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일 금융노조 결의안도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못박고 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임원은 "상대적으로 근로여건이 좋은 은행에서 공익안보다 노조쪽에 유리한 조건을 인정해 먼저 타결하면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사정 타협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격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금융노조 윤국장은 "정부와 노총이 합의하면 당연히 따르겠지만 언제까지나 그쪽 협상만 바라볼 수는 없다"며 "노조원들의 요구가 워낙 강한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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