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쇼 '델라구아다'에 뭉칫돈 유입 투기자본·공연계 '행복한 만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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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오는 7월 서울에서는 '델라구아다(Del La Guarda)'라는 기상천외한 쇼가 선보인다. 원적이 아르헨티나인 이 공중곡예쇼는 세계 공연예술의 용광로인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의 시험을 통과한 '상품'이다.

이 작품은 국내 공연사상 하나의 기록을 남길 것 같다. 전용극장 건립비를 포함한 사전 제작비가 59억원, 16주간 해외 공연단의 초청 공연 비용이 14억원, 이후 국내 프로덕션에 의한 공연 비용이 18억원에 이른다. 1차연도 총 제작비는 91억원이다.

단일 공연의 총 제작비로 보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1백10억원)보다 적지만, 3년 공연 예정이니 '델라구아다'의 기록 경신은 시간 문제다.

누가 이런 '머니 게임'을 하는가. 지난 9일 제작발표회를 통해 공개된 돈줄은 제작사 '엠컨셉'을 필두로 코리아픽쳐스·본 엔터테인먼트·스타맥스·SJ엔터테인먼트·제미로 등이다. 대부분 금융자본이다. 이 중에는 일본산 '검은 돈'의 돈세탁 창구라는 루머까지 나돈 곳도 있다.

이처럼 영화에 이어 공연계에도 '돈바람'이 거세다. 대작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이 태풍의 진원지다. 금융자본에 공연·엔터테인먼트산업도 돈을 챙길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 것이다.

돈 냄새가 나는 곳에 돈을 싸들고 달려가는 것은 이들의 속성이다. 그래서 열악한 공연계의 시장을 키우는데 이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초반의 우려를 씻고 이젠 건전성을 확보한 코리아픽쳐스(모기업은 미래에셋)가 좋은 모델이다. 이런 자본력이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세계적인 대작 쇼를 볼 것인가.

그래도 아직 공연계는 이들의 틈입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돈 안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썰물처럼 빠져나갈 그 거품의 공백이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델라구아다' 공연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공연장을 기부받기로 한 세종문화회관의 결정은 '그날 이후'를 대비해 최소한의 부스러기라도 확보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이젠 투기자본과 공연예술의 합리적인 공존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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