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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정치다큐 '제5공화국' 촬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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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지난 12일 '제5공화국'촬영이 시작됐다. 이덕화.이창환.정호근.김형일(왼쪽부터)씨가 각각 전두환.박정희.차지철.김재규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MBC 정치다큐드라마 '제5공화국'(유정수 극본, 임태우 연출)이 다음달 22일 방영된다. 1995년 '제4공화국'을 내보낸 지 꼭 10년 만에 '공화국'시리즈의 대를 잇는 셈이다. 방영시간은 주말 밤 10시대. MBC는 이 시간대에 처음으로 드라마를 배치해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 SBS 특별기획드라마 '봄날'과 정면대결을 펼친다. 첫 촬영은 12일 이뤄졌다.

◆ 최고 인기 배역은 장세동=연출을 맡은 임태우 PD가 "모두가 5공 세력은 다 악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5공화국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주연 배우 캐스팅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특히 이덕화.김영란씨로 확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 역의 캐스팅은 쉽지 않았다. 제작진은 당초 '태조 왕건'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영철씨와 '제4공화국'에서 이순자 여사 역을 맡았던 견미리씨를 섭외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이덕화씨 역시 "처음에는 현 시국에서 전 전 대통령이 좋게 비칠리 없어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드라마 출연 사상 처음으로 가발을 벗고 등장한다.

반면 전 전 대통령의 측근 장세동 전 안기부장 역은 중견 연기자들이 서로 자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임 PD는 "상급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의리' 이미지가 강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장세동씨 역은 그동안 주로 가정적이고 부드러운 배역을 맡았던 홍학표씨에게 돌아갔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 역은 '제4공화국'에서도 같은 역할을 했던 이창환씨가 다시 맡는다. 또 육영수 여사로는 대장금에서 한상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심어준 양미경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로는 SBS 아침드라마 '선택'에 출연 중인 고정민씨가 등장한다.

이외에도 서인석(노태우).김용건(김영삼).임동진(김대중).이정길(김종필).김성겸(최규하).박인환(정승화).김형일(김재규).정호근(차지철)씨 등이 주요 인물로 출연한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비호 세력으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허씨 3인방' 허화평.허문도.허삼수씨 역은 이진우.이희도.차광수씨가 각각 맡았다.

5공 비리 청문회에서 스타로 떠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따로 배역이 정해지지 않았다. 제작진은 노 대통령이 등장하는 청문회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낼 계획도 갖고 있어 드라마를 통해 88년 당시 노 대통령 얼굴을 볼 수 있을 듯하다.

◆ "객관성으로 승부"='제5공화국'은 79년 10.26 사건, 12.12 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 등 관련 인물들이 다수 생존한 현대사를 다룬다. 제작진은 드라마와 관련해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담 변호사를 두고 대본단계부터 사전 점검을 받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 신호균 책임프로듀서는 "드라마를 보고 역사공부를 할 수 있도록 사실 그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유정수 작가 역시 "청문회 자료와 5.18 수사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대본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제4공화국'의 공동 작가로 활동했던 유 작가는 2년 전부터 '제5공화국'준비를 해왔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묘사하기 위해 6개월 동안 광주에 내려가 살기도 했다.

연출가와 작가 모두 80년대 학번인 것을 두고 386세대의 관점으로만 역사를 해석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유 작가는 "선입견을 모두 버리고 공정한 입장에서 집필하고 있다"며 "물가안정과 올림픽 유치 등은 긍정적으로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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