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지단 선수 빨리 보고 싶어요" : '축구 신동' 김천둥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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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단(프랑스)과 피구(포르투갈) 아저씨의 플레이를 어서 보고 싶어요."

'축구 신동' 김천둥(12·광주 남초등6)군의 목소리에 설렘이 가뜩 배어 있었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월드컵이 그의 마음을 벌써 그라운드로 향하게 만든 것이다.

"외국에 나가봤지만 두 아저씨가 뛰는 모습은 아직 못봤어요. 비디오 테이프를 수없이 보며 플레이를 흉내내고 있지만 실제 보는 것과는 엄청 다르잖아요."

천둥이는 어릴 적부터 축구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여덟살 때인 1998년 5월 코리아컵 결승전 하프타임 때 수만명의 관중 앞에서 개인기를 선보여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축구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신기에 가까운 리프팅(머리·발·무릎 등을 이용해 볼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 묘기에 관중은 환호했다. 그해 6월 국제축구연맹(FIFA)은 천둥이를 사상 최연소의 월드컵 홍보요원으로 발탁했다.

그 뒤 크고 작은 국제 축구경기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불려다녔다. 그가 하프타임에 리프팅을 선보인 A매치(국가대항 경기)만도 40번이 넘는다. 무릎으로 차올리던 공이 어느새 머리 위에서 빙그르르 구르며, 떨어질 듯 멈춰서곤 할 때 관중들은 숨을 죽였다.

앞으로 50여일. 천둥이는 쉽지 않은 홍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오는 20일 유니세프 걷기대회 등 반드시 참가해야 할 월드컵 관련 행사만 10여차례.

그의 꿈은 펠레 같은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월드컵이 끝나면 아빠가 외국 유학을 시켜준대요. 10년 뒤에는 태극전사가 돼있을 거예요."

그의 확신 속에 한국 축구의 희망이 꿈틀거렸다.

◇천둥이는=아버지를 따라 조기 축구회에 간 생후 15개월 때 축구 시작. 아버지 김성범(47)씨는 "공에 발을 그저 갖다 대는 게 아니라 어루고 달랠 줄 알았다"고 회고. 다섯살 때 오후 10시까지 옷가게를 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자연스럽게 리프팅 시작. 2000년 12월 자선돕기 행사에서의 1만7백회가 최고 기록. 다음날 화장실에 걸어가지 못할 만큼 힘들었다고.

광주=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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