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카지노'넘버2' 헨리 폭 은퇴한다 1조원 지분 공공재단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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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스탠리 호(80)와 함께 마카오 카지노업계를 주물러온 헨리 폭(78·사진)이 카지노업계를 떠난다. 11개 카지노를 거느리고 있는 마카오 관광오락유한공사의 지분 27.7%를 공공재단인 마카오기금에 기부하고 도박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스탠리 호는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데 그의 지분은 30%다.

홍콩의 증시 전문가들은 폭이 기부할 주식가치가 최소한 60억홍콩달러(약 1조원)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카오 관광오락유한공사의 현재 자산규모는 3백억홍콩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의 결단에 따라 이달부터 독점규제가 풀린 마카오의 도박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마카오 당국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업체 두곳에 영업허가를 내준 데다 마카오 관광오락유한공사의 지분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폭이 카지노업계에서 손떼기로 한 배경에는 오래전부터 스탠리 호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카오기금에 주식을 쾌척해 명분을 얻고, 자신은 마카오 당국으로부터 또 다른 사업권을 따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폭은 197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정책을 내걸 당시 광저우(廣州)에 특급 호텔을 짓고, 이후 베이징(北京) 올림픽 유치운동 등을 막후에서 지원해 공산당 지도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래서 홍콩인으로선 최고위직인 정협(政協)부주석을 맡으면서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수반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도 하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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