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나와라, 뚝딱" 손안의 요술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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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삐-삐-, FBLU 3021××× 컨테이너. 화주 김××. 032-593-7×××."

화물운송업체인 ㈜동방 인천지사 소속 트럭기사 한대석(44)씨의 개인휴대단말기(PDA)로 작업지시를 알리는 메시지가 왔다. '배차지시' 버튼을 누르자 인터넷에 접속된 화면에서 "시화에서 픽업, 인천항 제2부두로…"라는 내용의 상세한 작업지시가 뜬다.

한씨가 화물을 싣고 내리는 단계별 정보를 PDA에 입력하면 중앙 컨트롤센터에 시간대별 작업현황이 자동으로 입력되고 차량의 현재 위치도 파악된다. 이를 통해 배차지시뿐 아니라 급여도 편리하게 계산할 수 있다.

이 회사 한효인 팀장은 "전화로 작업지시를 내리고 종이에 기록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인정보관리에서 모바일 오피스 구현, 증권·부동산·자동차 거래까지 PDA의 쓰임새가 점점 넓어지면서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초기에는 일정과 전화번호 관리, 메모 작성 등 개인정보관리(PIMS)위주였으나 무선통신기능이 갖춰지고 휴대전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화면의 이점을 이용한 응용 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기업마다 모바일 오피스 구현을 위해 도입을 늘리고 제조업체·통신업체들도 앞다퉈 새로운 기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량도 지난해 14만대에서 올해는 23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LG텔레콤은 부동산중개업협회 자회사인 한국부동산정보통신㈜와 제휴, 오는 5월부터 '모바일 부동산 중계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무선통신이 가능하고 디지털 카메라까지 장착된 PDA를 통해 현장에서 영상을 곁들인 부동산 매물 등록을 할 수 있고, 가격대별 물건·관련서류·건물도면·상권분석 등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법인특수사업팀 김현배 과장은 "우선 부동산협회 회원사인 4만3천개 업소에 PDA를 공급할 예정이며 내년까지는 부동산업 종사자 10만명에게로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PDA를 통한 모바일 중고자동차 매매시스템을 5월부터 서비스한다.

전국차량매물·차량원부 등의 조회와 대금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꾸민다. 이 회사는 6월부터 자사 무선인터넷과 연계, PDA를 통한 '온라인 교육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SDS도 4월 말까지 강남 자동차 매매센터의 딜러 3천명에게 모바일 자동차거래 시스템인 '모바일 CMS'를 장착한 PDA를 공급할 계획이다. LGCNS는 e-메일 송수신·영수증 프린팅 기능 등이 갖춰진 PDA복합단말기를 개발해 보급에 나선다.

최근 증권사 객장이나 지하철에서 PDA를 통해 증권거래·정보조회를 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SK증권 이성일 부장은 "지난해 11월 신한·한화 등 5개 증권사와 공동으로 PDA를 이용한 증권거래 시스템 '모바일로'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 이용고객은 6천명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 금액 이상의 주식을 거래하면 수수료의 일부를 PDA대금으로 적립해 주는 방식으로 보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초 대리급 이상 전직원 9백명에게 PDA를 지급한 SK C&C의 최은실 대리는 "외부에서 e-메일 확인은 물론 결제 사항까지 파악할 수 있어 사무실을 나서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PDA가 보다 이른 시일 안에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보안기능 강화▶전송속도 향상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코리아의 윤인선 연구원은 "PDA기능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은 측면이 있다"며 "보안과 전송속도 강화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가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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