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 왜 생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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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겨울이 따뜻한 것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세력을 펼치지 못해서다. 태평양에서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시베리아 고기압이 한반도까지 좀처럼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기 예수'란 뜻의 스페인 말인 엘니뇨는 대략 3~4년을 주기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페루 등 남미의 서해안, 즉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몇달 동안 높아지거나 해류 흐름이 바뀌는 현상. 그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도 따뜻해져 차가운 고기압의 유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관측된 엘니뇨 가운데 1998~99년에 발생한 것이 지구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83~84년, 88~89년, 95~96년에도 엘니뇨가 발생했다.

엘니뇨가 생긴 해는 유난히 따뜻했다. 96년 1월의 경우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이틀에 불과했고 99년에는 4일뿐이었다.

이상난동이 시베리아 고기압 자체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 교수팀이 시베리아 고기압의 중심 지역(북위 40~60도, 동경 80~120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56년 간 겨울철 기압이 평균 2.65 h㎩(헥토파스칼) 낮아졌고 기온도 1.02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특히 1050 h㎩ 이상의 강한 고기압을 보이는 날은 14.6일이나 감소했다.

변 교수는 "올 가을 이후 시베리아 고기압이 한반도로 직접 유입된 경우는 세 번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국을 거치면서 따뜻하게 바뀌어 한반도로 들어오고 있다"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진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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