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에 번복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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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970년 멕시코 월드컵. 개최국 멕시코는 조별 리그에서 엘살바도르와 맞붙었다. 주심은 이집트의 알리 칸딜. 경기 도중 프리킥 판정이 내려져 엘살바도르가 찰 준비를 하는 순간 멕시코의 페레스가 느닷없이 공을 상대편 진영에 있던 동료 파실라에게 차버렸고, 발디비아가 이 공을 넘겨받아 골로 연결했다. 그런데 칸딜 주심은 태연히 이를 득점으로 인정했다.

86년 다시 멕시코 월드컵. 이라크와 파라과이의 조별 리그 주심은 모리타니의 어윈 피콘이 맡았다. 0-1로 지던 이라크가 마지막 공격에서 코너킥을 얻었다. 아메드가 헤딩슛한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피콘 주심은 종료 휘슬을 불어버렸다.그는 이미 그 전에 경기가 끝났다며 노골로 선언했다. 66년 잉글랜드 대회 서독과 우루과이의 준준결승.0-1로 뒤지던 우루과이의 로사가 헤딩한 볼이 골문을 향하는 순간 서독 수비수 슈넬링거가 손으로 쳐냈다. 그런데도 주심 핀니는 모르는 척 했다.

역대 월드컵에서는 이처럼 황당한 심판들이 많았다. 지금도 편파판정 시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의 저질 심판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심판에게 무한한 권한을 부여한다. 심판의 판정과 관련한 일체의 경기장면을 전광판으로 리플레이(replay)하지 못하게 명문화할 정도다. 그러나 현장을 벗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심판의 판정을 둘러싸고 말썽이 빚어지면 비디오테이프 분석 등을 통해 엄격히 심사한 뒤 징계위원회를 열어 심판자격 박탈·출전정지·벌금 등의 징계를 내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번 내린 판정을 뒤집지는 않는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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