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장수와 방랑검객의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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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黑. 이세돌 9단 白.구리 7단

구리(古力)7단은 자신과 이세돌9단이 같은 부류라고 생각한다. 치열하게 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같은 부류가 아니다. 구리가 갑옷 입고 큰 칼을 찬 장수의 모습이라면 이세돌은 홀로 떠도는 방랑검객의 이미지를 지녔다.

11월 16일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두 사람이 드디어 격돌했다. 모두들 실질적인 결승전이라 부르는 두 강자의 3번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세돌은 중국의 주력이라 할 후야오위(胡耀宇)7단과 왕레이(王磊)8단을 꺾고 올라왔고, 구리 역시 한국의 조훈현9단과 최철한9단을 이기고 올라왔다.

첫판은 시종 무시무시한 난타전 끝에 이세돌이 이겼다. 이세돌은 국후 "초반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구리7단이 난전의 와중에서 큰 실수를 범했다. 평범한 수인데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1국은 그 장면만을 하이라이트로 싣고 2, 3국은 전과 같이 연재한다.

1도(실전)=백△로 밀고 나온 장면이다. 구리는 무심히 흑1로 늘었는데 이 수가 치명적인 실수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백10까지 패가 됐는데 백은 A쪽의 단수가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2도(흑 유리)=흑1로 빵 따냈으면 백이 오히려 위험했다. 패도 패지만 흑모양이 깨끗해 좌변 전투가 영 달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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