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자리 편 에콰도르 킬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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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바람난 배우자와 그 파트너, 빚 독촉하는 채권자, 인정머리 없는 임대업자 등을 손 봐주고 싶은 사람은 연락하세요.’

중미 에콰도르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부살해 제안 광고다. 최근 에콰도르에서 이처럼 섬뜩한 청부살해 업자들의 광고가 사이버 공간에서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AF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에콰도르 검찰은 “국내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과야킬에서 올 1~4월에 발생한 212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약 11%가 청부살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청부살인 거래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은밀히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치안 당국은 업자들이 요구하는 보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 이런 식의 살인이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비용은 건당 최소 400달러(약 48만원)에서 최대 3000달러밖에 안 된다. 살해 대상자의 재산 규모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업자들은 ‘작업’을 마친 뒤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배달하는 사후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 같은 ‘죽음의 사업’에 종사하는 킬러들은 주로 마약 관련 범죄로 유명한 콜롬비아 출신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이들의 활동무대가 에콰도르를 넘어 주변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업자들은 같은 스페인어 사용권인 멕시코·콜롬비아·페루 등 중남미는 물론 멀리 스페인까지 건너가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당국은 이들을 단속하기 위해 경찰에 전담반까지 출범시켰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급해진 에콰도르 정부는 청부살인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2~24년인 청부살인범의 징역 형량을 25~35년으로 대폭 늘리고 살인 계약에 개입한 중개인도 15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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