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작품 참신함 흐뭇 장원作 詩想 전개 믿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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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달에 이어서 이달에도 고교생 투고 작품이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끈 세 편 '까레이스키'(권진필·학성여고), '추모곡(追慕哭)'(이미지·여의도여고), '청바지를 입은 그'(박아란·백석고) 등은 기존의 입선작 수준에 결코 손색이 없었다.

다만, '추모곡'은 제목에서부터 '낙루(落淚)' '학(鶴)' 등 낡은 언어를 쓴 것이 결정적인 흠이었다. 시조니까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나 시어(詩語)를 써도 괜찮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소재 면에서 볼 때 '까레이스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청바지를 입은 그'는 앞의 두 작품과 전혀 달랐다.

한마디로 참신하고 발랄했다. 어디에도 상투적인 낡은 생각을 내비치지 않은 어린 고교생의 작품이 입선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얘기의 순서가 뒤바뀐 감이 있으나, 장원에 오른 이승현씨의 '차 한잔 놓고'는 화자의 생각을 잘 갈무리한 가작이었다. 산수유 가지 끝에 팽팽한 긴장감을 앉힐 수 있는 솜씨가 어떤 믿음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차상에 뽑힌 김미영씨의 '복천동 고분에서'도 상당한 역량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상(想) 전개에서 좀 산만한 느낌이 들어 본래 네 수에서 한 수를 뺐다. 퇴고 과정에서의 과감한 정리는 마치 튼실한 열매를 위한 전지(剪枝) 작업과 다름없음을 염두에 두기 바라면서. 김동삼씨의 동시조풍 '그리움'은 선에 들지는 못했으나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아무튼 올해 들어 학생 응모작이 많고, 작품의 수준도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 특히 주목됐다.

<심사위원:박시교·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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