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 이념논쟁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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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주당 경선 유력 주자인 노무현(盧武鉉)후보의 이념과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인제(李仁濟)후보는 28일 전주 KBS·MBC 방송국의 합동 토론회에서 "盧후보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고, 재벌을 해체해 주식을 노동자에게 분배하자고 했다"면서 "이는 과격한 분배 위주의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공격했다.

<관계기사 4,5면>

李후보는 1989년 현대중공업 파업과 88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의 盧후보 발언록을 제시하면서 "의원 신분이라면 몰라도 대통령이 이런 생각과 이념을 갖는 것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발언록에는 "법은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야 한다. 대학교수·국회의원·사장님이 전부 뱃놀이 갔다가 물에 빠져 죽으면 노동자들이 어떻게든 세상을 꾸려나간다"(현대중공업 파업), "재벌 총수와 그 일족이 독점한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 노동자에게 분배하자. 집없는 서민들, 중소 상공인, 농민들을 위해 부채 탕감과 아울러 토지는 모두 같은 방법으로 분배하자"(대정부 질문)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盧후보는 "당시 노동자들이 소외당하고 억압받던 시기에 상징적인 정치연설을 한 것이며, 지금의 생각은 그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 연설의 문구만을 떼어서 사상을 검증하려는 극우 언론의 극우적 수법"이라고 李후보를 비난했다.

李후보는 토론 후 "盧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면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판을 새로 짜겠다고 했으니 돕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李후보는 또 "급진 좌파와 노선을 같이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해 盧후보의 구상대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갈라설 생각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종혁 기자, 전주=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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