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점수로 어느 대학 가나] 올 수능 성적 분포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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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수 잘 나왔다!" 서울 경복고의 한 교사가 14일 수능점수표를 나눠주던 중 학생의 점수표를 확인한 뒤 활짝 웃고 있다.[최승식 기자]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들쭉날쭉' '등급비율 천차만별' 등 이전 수능에서 볼 수 없었던 채점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까지 전년 대비 점수 등락폭이 난이도 조절 성패의 잣대였다면 올해는 선택 과목 간 표준점수의 격차가 핵심 요소다.

◆ 선택과목 따라 희비=언어.수리.외국어영역의 표준점수는 대체로 최고점을 정점으로 원점수에 따라 고른 분포를 보였다.

특히 이들 영역 간에는 지난해 만점자(원점수 기준)가 7764명까지 차이가 났으나 올해는 만점자가 ▶언어 1897명 ▶수리 1872명 ▶외국어 1498명 등으로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응시자와 문항수가 적은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는 표준점수가 과목에 따라 들쭉날쭉한 현상이 빚어졌다. 사회탐구의 경우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사회문화가 68점으로 가장 높았고 윤리.한국지리는 61점으로 가장 낮아 7점의 차이가 났다. 윤리.한국지리는 고득점 재수생이 몰린 데다 너무 쉽게 출제돼 만점자가 속출하는 등 평균점수가 높아져 오히려 표준점수는 낮게 나왔다.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수험생 간 유.불리가 엇갈리게 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남명호 수능연구관리처장은 그러나 "수험생이 대부분 3~4과목을 선택하고 나름대로 '과목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점수를 합산하면 전체 과목간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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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 나형이 유리=인문계 지원자가 주로 선택하는 수리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0점으로 가형(131점)보다 9점이 높았다. 나형 지원자 중에는 과학탐구영역 시험을 치른 자연계 지원자들이 5만여명 포함돼 있다. 이들은 '쉬운'수리 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대학이 가형 응시자에게 가중치를 1~5% 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나형 응시자의 자연계 모집단위 지원이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가형에 5~7% 가산점을 주면 대체로 비슷하고, 그 이하면 나형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 등급 비율 천차만별=수시모집 지원 자격기준 등으로 활용되는 수능성적 9등급제에서 1등급 비율은 4%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탐구영역 등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수험생이 1등급을 받는 경우가 속출했다. 과목별 문항(20개)이 적어 동점자가 많이 생기는 데다 동점자는 모두 상위 등급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사회탐구에서 윤리의 경우 만점자가 17.37%나 나와 이들이 모두 1등급을 받았다. 국사(10.80%).한국지리(11.86%).세계지리(9.35%).한국근현대사(8.19%) 등에서도 1등급이 정해진 비율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로 인해 윤리.한국지리의 경우 한 문항을 틀릴 경우 3등급으로 내려갔다.

과학탐구도 1등급 비율이 ▶생물Ⅰ 14.18%▶지구과학 7.40%▶물리Ⅱ 8.12%▶생물Ⅱ 8.92%▶지구과학Ⅱ 7.83% 등이었다. 이는 선택과목별로 '쉬운 수능' 원칙에 의해 문제가 너무 쉽게 출제된 데 따라 만점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 동점자 많은 과목은 백분위 낮아=백분위는 표준점수의 점수차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수험생의 서열을 나타낸다. 그러나 백분위도 동점자가 많을 경우 상대적으로 점수가 내려가는 문제점이 있다.

만점자가 20%일 경우 백분위 최고점수는 90, 만점자가 10%라면 백분위 최고점수는 95이다. 만점자가 17.37%인 윤리의 경우 백분위는 92 정도, 만점자가 11.86%인 한국지리는 백분위가 94 정도인 반면 만점자가 4.35%로 적은 법과 사회는 백분위가 98이다.

오종운 청솔교육연구소장은 "과목 간 동점자 수 차이에 따라 표준점수보다 백분위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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