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삼성 - 소니 특허 공유가 갖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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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 양사가 각기 보유한 특허기술을 공동으로 사용키로 하는 계약을 했다. 두 회사는 전자산업에서 명실공히 두 나라를 대표하는 간판기업들이다. 세계 전자산업과 정보기술(IT)산업을 이끄는 양국의 선두기업들이 특허기술을 공유하기로 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두 회사의 기술협력은 경쟁이 치열한 국제산업계에 상생(相生)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특허공유가 없으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일일이 상대방 특허기술을 사용하는 데 대해 허락을 받거나, 그도 아니면 오랜 시간과 품을 들여 새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두 회사는 특허공유를 통해 이런 번거로움과 부담을 덜면서 자신의 강점에 상대방의 기술을 덧붙여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경을 넘어선 상부상조의 시너지 효과다.

이번 기술협력의 또 다른 측면은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의 자신감이다. 본래 특허라는 것은 자신이 개발한 것을 남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보장받는 배타적인 권리를 말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를 쓰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 하고, 한번 개발한 기술은 자신만이 독점하려는 속성을 가졌다. 이런 귀중한 특허 기술을 선뜻 공유하기로 한 것은 웬만한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기분야에서 세계 일류라는 자부심과 미래기술 개발에 대한 비전이 있기에 상대방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에 출원한 특허는 1313건이고, 소니는 1311건이다.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는 125억달러이고 소니는 127억달러다. 두 회사의 기술력과 명성이 대등하게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는 얘기다.

한.일 양국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여전히 경쟁관계다. 일부 전자기업 간에는 특허기술 분쟁이 법정공방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사의 협력모델은 이런 기술분쟁이 경쟁 속의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협력모델이 양국 간 다른 기업, 다른 분야로도 확산.발전돼 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