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국가과제 <10.끝> 공동묘지 재개발하자 : 묘지 정비사업에 국고 지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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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동묘지 재개발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충남 당진군은 1997년 삼화리 공동묘지 1만2천평을 성문공설묘지로, 지난해에는 우강면 송삼리의 공동묘지 2만3천평 중 주민의 반발에 밀려 1만2천평만을 솔메공설묘지로 각각 재개발했다.

그 결과 솔메공설묘지의 경우 총 6백50기이던 분묘가 1백50기로 확 줄었다. 개장 뒤 공설묘지에 마련한 납골당과 납골묘로 조상들을 많이 모신 까닭이다. 이 묘지의 총 매장 능력은 분묘 2천6백70기에 납골묘(가족묘) 1백95기로 거의 다섯배로 늘어났다.

당진군이 솔메공설묘지에 들인 돈은 9억7천8백만원. 도비(道費)는 2억9백만원을 받았으나 국고지원은 전혀 없었다. 당진군의 장묘담당인 구자건씨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묘지를 재개발하려면 국고지원이 필수"라고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장례문화 개선에 관한 한 경남 남해군을 빼놓을 수 없다. 김두관 군수는 주민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선출직임에도 불구하고 '묘지강산'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장례문화 개선에 나섰다.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을 놓고 국회에서 논란이 뜨겁던 1999년에 3만평 규모의 공설공원묘지부터 조성했다. 그리고 법이 시행되자마자 법조항을 엄격히 적용했다.

그런 노력은 결실을 거두었다.지난해 사망한 1천8백1명 중 불법묘지에 묻힌 사람은 0.2%인 2명에 지나지 않았다. 화장도 23%에 이른다. 또 쓸 수 없는 곳에 자리잡은 묘지 등을 개장(改葬)하는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백67건이던 개장은 올해 들어 이미 80건을 넘었으며 청명·한식을 넘기면 지난해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남해군은 앞으로 95개인 마을 공동묘지를 정비할 계획이다.

▶개인묘지를 금지하자=선진국 중에서 개인묘지를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 묘지는 국토를 잠식한다는 인식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상례는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정책개발에 소극적이었다.'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현재 묘지면적을 개인묘지의 경우 9평, 집단·문중·가족묘지의 경우 기당 3평까지 허용하고 있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묘지 1기당 1.5평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재 법이 정한 묘지의 크기도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당진군의 구자건씨는 "재개발한 솔메공설묘지의 분묘 크기를 2.4평으로 했는데 2평 안쪽으로 해도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회 지도자들도 장묘문화 개선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현감리교회의 신경하 목사가 1999년에 화장을 선언한 뒤로 이 교회의 화장률은 뿌리 깊은 기독교 부활사상에도 불구하고 70%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몇몇 정치인이 명당을 잡아 조상묘를 이장했다는 소식 등은 장묘문화 개선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화장장과 납골당을 늘리자=화장은 91년 17.8%에서 2000년 33.7%로 10년새 15% 이상 늘었다.이에 비해 화장장 수는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일본의 경우 화장장이 2천여곳이나 되나 우리는 45곳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경우 추모공원(화장장+납골당) 건립을 놓고 4년간 진통을 겪은 끝에 지난 22일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해줌으로써 오는 4월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서초구와 주민들은 "화장장 규모를 축소하는 등 주민들의 요구를 시가 수용하지 않으면 실력으로 공사를 저지하겠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젠 추모다='능선을 얼마쯤 오르다가 오솔길 옆 소나무에서 몇 m 떨어진 묘가 우리 조상 묘'라는 식으로 위치를 외우고 있는 사람 중에는 소나무가 잘리면 남의 조상에게 절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묘지를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귀띔이다. 실제로 당진군에서는 묘지 재개발 당시 남의 묘를 개장했다가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2년 전 모친상을 당했던 동화작가 강우현씨는 당시 문상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머니가 중환자실로 내려가던 날 그는 어머니 자랑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그것을 '쉰살이 다 되도록 아직껏 엄마라 부르는 우현이의 엄마 생각'이란 부제를 단 『엄마 엄마』라는 30쪽짜리 책자로 만들어 1천부를 문상객들에게 돌렸다. 강씨는 "모든 사람에게 어머니는 어쩌면 똑같은 존재인 것 같더라"고 회고했다. 이제 조상을 잘 모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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