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마 완생, 형세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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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2국>
○·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 9 보

제9보(100~114)=이창호 9단의 결혼 소식을 접하며 문득 중국의 쿵제 9단이 떠오른다. ‘만년 2인자’였던 쿵제는 ‘열애 중’이라는 소문과 함께 딴 사람이 됐다. 전성기가 살짝 지난 나이(만 28세)에 거듭 세계 정상에 서고 있다. 이게 사랑의 마력일까. 이창호 9단도 혹 결혼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닐까.

판 위에선 추쥔 8단이 공격을 포기하고 철군하고 있다. ‘참고도’는 여러 공격 루트 중 하나. 꽤 유력해 보이지만 흑이 6으로 젖혀 나오면 그나마 중앙마저 무너지게 된다. (A, B의 반격이 있어 중앙이 뚫리면 백도 위험해진다.) 서슬 퍼렇던 공격이었지만 퇴로의 공격군은 쓸쓸하다. 이제 기댈 곳은 중앙뿐이다. 100과 102는 중앙을 틀어막기 위한 수순이고 105에서 흑은 완생했다.

“흑이 대성공하며 바둑을 역전시켰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다.”(박영훈 9단)

그렇다. 흑은 백진을 파고들며 5집 정도를 내고 살았고 그 와중에 상변마저 차지했다. 공격군이 얻은 것은 거의 껍데기뿐이다. 거의 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백은 워낙 부자였기에 약간 부족할 뿐이다.

참고도

106이 좋은 수여서 엉거주춤하게나마 중앙을 막을 수 있었다. 우세를 의식한 이창호 9단은 107에 이어 113으로 외곽을 깎으며 마무리에 나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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