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결코 세계 지배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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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은 결코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사진)은 18일 발간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목표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는 미국의 지배를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어떤 개별 국가와도 전쟁을 벌여 승리할 수 있지만 전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과대망상증이라는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고대 로마제국과 19세기 대영제국에서 제국의 힘에도 한계가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 공화당 행정부와 민주당 행정부간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말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군사적 위협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빌 클린턴 대통령도 중남미에 대해 강압 정책을 구사했다"고 비판했다.

홉스봄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경제·기술·문화적으로는 어느 정도 세계화가 진전됐으나 정치적으로는 아직 민족국가가 유일한 정치적 단일체로 작동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압도적 우위를 허용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17년생으로 82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런던대 교수를 역임한 홉스봄은 『자본의 시대』 『혁명의 시대』 등 탁월한 근대사 연구서들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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