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치는 정치> 역술계·신통계 예언 서로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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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점의 세계는 크게 역술계(易術界)와 신통계(神通界)의 둘로 나뉜다. 이중 역술인들은 역술보다는 역학(易學)이란 표현을 좋아한다. 이들은 사주·주역, 관상, 성명학, 풍수지리, 점성술 중 한두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들은 역학이 풍부한 통계를 바탕으로 성립된 엄연한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신통계엔 신(神)이 자신에게 내려 미래를 알려준다고 주장하는 무속인과, 종교적 경지에 도달해 저절로 사람의 운명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일부 종교인의 두 부류가 있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이기에 역술계와 신통계 간에 서로 사이비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같은 계통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운명예언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풍토가 있기도 하다.

동국대에서 '경방 역의 연구'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이달 중 『팔자와 대통령』이라는 책을 펴내는 윤태현(尹太鉉·54)씨는 "신은 내렸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떠나는 것"이라며 "한때 정확한 예언을 해 주가를 올렸지만 지금은 신기(神氣)가 없어져 30%도 맞히지 못하는 무속인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반면 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했던 심진송씨는 "역술은 음양오행설에 기초한 주역에 따른 것이지만, 요즘 달은 음력으로 15일(역술)이 아니라 16일(신통력)이 가장 밝다"고 주장한다.

역술인·무속인들을 누구보다 많이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진 대선 예비주자의 한 측근은 "도력(道力)이 높은 사람일수록 정치인의 운명에 대해 얘기를 잘 하지 않는 다"며 "잘 맞힌다는 사람도 오래 관찰해 보면 자기와 친한 정치인은 좋게 얘기하고 그렇지 않은 정치인은 비관적으로 말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다수 역술인들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쪽에 운이 쏠려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신통계 사람들은 영남출신 또는 제3후보론, 여성 대통령론 등 반(反)이회창 계열의 예언을 하는 흐름이 발견되는 점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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