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이철우 의원 관련 절제 요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얼굴) 대통령이 13일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전력을 둘러싼 논란 등 각종 친북 논쟁에 대한 정치권의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회 합동 회의에 참석, "국내적으로 요즘 갈등이 많다"며 "가만히 보면 북한에 대한 관계"라고 운을 뗐다. "'너 북한이랑 친하지''너 북한 편 아니냐' '내가 왜 북한 편이냐' '지금도 친북세력이 있잖아' '지금 친북세력이 어디 있느냐'라는 것"이라며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북한이 기준이 돼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옛날에 북한에 대해 나쁜 기억을 갖고 있는 국민이 많이 있고, 그래서 북한을 믿기 어렵고, 계속해서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범벅이 돼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자 불행이며 역사의 부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현실이 많이 바뀌었다"며 "북한 스스로가 계속 변화하고 있고, 그보다 더 크게 변화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라고 했다. "이제 한국이 비교할 수 없는 경제력을 갖고 국방력도 실속.실질 전투력을 비교하면 월등히 우세하다"며 "이 같이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않거나 인식하는 공통의 기반이 없으면 남남 갈등을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마저 북한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편다는 이유만으로 친북세력으로 의심해 버리면 이 다리는, 이 강은 건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어떻든 의심하지 않고 안심하도록 하는 게 내 책임이고 국민을 백번 천번 설득할 용의도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게 정략의 도구가 되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으로 노 대통령은 "국민과 정치하는 분들에게 비판하고 싸울 것은 싸우더라도 정략으로 삼아서 안 될 문제는 정략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 "생사가 달려 있고 근본적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가 정략의 장에서 왜곡되고 부풀려지고 국민이 분열되는 문제는 모두가 절제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참으로 답답한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너무 고립돼 있다는 것"이라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