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벨 대신 진동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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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수원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수원에서 몇가지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피곤했던 나는 좌석에 앉자마자 잠을 청했으나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열차 안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휴대전화 벨소리 때문이었다. 바로 앞자리에 앉은 중년 아주머니는 수원에서부터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수시로 통화를 했다. 통화내용은 부동산 계약에 대한 것이었다.

뒤쪽에 앉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신변잡기를 중계방송하듯 전화로 늘어놓았다. 뒤를 돌아보면서 눈치를 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열차에서는 수시로 휴대전화 예절에 대해 방송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승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기차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도서관이나 영화관 등에서도 휴대폰 벨소리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벨소리 대신 진동으로 해 놓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는 월드컵 대회와 아시안 게임 등 중요한 국제행사가 열린다. 우리의 휴대전화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했다.

오세헌·부산시 사하구 구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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