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 카드 얌체상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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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연말연시 선물 중 가장 인기있는 '기프트 카드'의 상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백화점의 상품권과 유사한 기프트 카드는 분실이나 늑장 사용으로 판매 후 1년이 지나도록 쓰지 않는 것이 보통 10%쯤 된다. 미국에서 지난해 그 금액은 4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소비자단체들은 추산한다. 발행한 상점들이 거저 이만큼의 이익을 남긴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카드 뒷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유효날짜를 써넣거나 일정 기간 내 쓰지 않으면 휴면(休眠) 수수료를 물리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소비자들의 원성은 커지고 있으며, 뉴욕 등 일부 주(州)정부들은 관련 법률 제정작업에 나섰다.

◆ 기프트 카드 왜 인기인가=상대방이 원하는 선물을 고르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받는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어 좋다. 종류도 1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다양하다. 미국에선 백화점은 물론 동네 식당이나 골프용품점, 심지어 수퍼마켓에서도 만들어 판다.

올해도 연말 선물로 가장 많이 주고받는 것이 기프트 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매점 연합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연말 쇼핑객 넷 중 셋이 선물용으로 기프트 카드를 한 장 이상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기프트 카드는 450억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는 20% 정도 늘어난 5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40% 안팎이 연말 쇼핑시즌에 사용된다.

◆ 숨어있는 상술=플로리다주에 사는 거트 스테컬이라는 여성 고객은 지난해 100달러짜리 사이먼 비자 기프트 카드를 받았는데 6개월이 지난 뒤 한달에 2.5달러씩 서비스 수수료가 붙어 카드금액이 그만큼씩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기프트 카드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유효기간이 지난 뒤 갱신하려면 7.5달러의 갱신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분개했다.

이렇듯 기프트 카드 인기에 편승해 발행사들이 고객에게 불리한 규정을 은근슬쩍 끼워넣어 분쟁을 야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사나 은행과 제휴해 발행한 기프트 카드에 이런 함정이 많다. 최근 매사추세츠주 검찰은 미국 내 최대 쇼핑몰 회사인 사이먼 프로퍼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이먼사가 비자카드와 제휴해 발행한 기프트 카드에 각종 수수료를 물리는 상술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었다. 아멕스카드와 손잡고 발행된 카드 중에는 구입 후 1년이 지나면 매달 2달러의 수수료를 카드금액에서 공제하는 것도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발행 회사들이 기프트 카드 사용에 지나친 제한을 두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으며, 뉴욕주와 캔자스주도 유사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 한국은 어떤가=한국의 대표적인 상품권인 백화점 상품권은 현금과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어 대부분 회수되고 있다(미회수율 1% 미만)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신세계백화점은 상품권의 유통기간은 5년이지만 유통기간이 지난 상품권도 별도의 확인절차를 거친 뒤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는 상품권 발급에서 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이 69일, 신세계는 50~60일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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