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갑문 막고 26일째 시위 어민들 "앞바다 수질 악화… 방류 중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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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3일 오전 10시10분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시화방조제 앞바다.

때마침 썰물 때를 맞아 10여만평에 이르는 시화호 앞바다가 막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주민들은 물론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물이 빠지기 무섭게 바지락·동죽·대합·굴 등을 캐는 진풍경이 벌어질 법하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드러난 개펄 바닥이 시커멓게 썩어버렸기 때문이다. 주민 김동출(47)씨는 "오늘같이 쾌청한 날씨면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는데 이젠 천덕꾸러기가 돼버렸으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불과 5~6년 전에도 어패류가 풍부하고 각종 물새떼들이 서식하는 등 동식물들의 최대 낙원으로 꼽히던 곳. 이 때문에 봄철이면 유치원이나 초등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1999년 1월부터 시화호배수갑문을 하루 네차례 열어 해수를 유통시키면서 대부도 앞바다 수십만평이 죽음의 바다로 전락했다.

실제로 어민들이 쭈꾸미·숭어·꽃게를 잡기 위해 설치한 어망을 들어올렸을 때 들어 있는 것은 거품이 섞인 까만 부유물질뿐이었다.

이에 따라 안산·시흥지역 어민들은 어획량 급감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인 데 이어 갑문을 막고 '해수(海水)유통'을 26일째 저지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주민 반발 및 피해=1백80여척을 보유하고 있는 어민들은 어민연합대책위원회(위원장 김형태·46)를 구성,적절한 피해보상과 함께 시화호 방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지난달 15일부터 대부도 방아머리 시화호 수문 앞에 2t 이하(일명 선외기·배의 모터가 외부에 설치된 소형어선) 어선 60여척을 밧줄로 묶어놓고 수문 조작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하루 네차례씩 진행되던 수문 조작이 중단돼 하루 5천만~6천만t에 달하는 해수 유통이 중단된 상태다.

◇수자원공사=수자공은 98년 4월 선외기 어선에 어업면허를 내줄 당시 이같은 어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손실 보상을 일절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현행법상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자공은 이달 초 어민 대표 등 1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안산경찰서에 고발했다.

수자공은 봄철이 되면서 기온이 상승하는 데다 일조량 역시 많아짐에 따라 해수 유통이 장기간 중단될 경우 시화호 수질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산=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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